1970년대 국내 소극장운동을 이끌었던 한국 최초의 민간 소극장 명동 '삼일로 창고극장'이 지난 26일 40년 역사의 종언을 고하고 폐관했다.
1975년 서울시 중구 저동 명동성당 사거리 언덕길에 처음 개관한 삼일로 창고극장은 1970년대 초 시작된 한국 소극장 운동의 ‘발원지’로 꼽히는 곳이다. 100석 규모의 아담한 공간이지만 국내 연극사에서는 빼놓고 말할 수 없는 극장이다.
배우 추상미의 부친이기도 한 추송웅의 '빨간 피터의 고백' 초연으로 흥행에 성공을 거둔 창고극장은 이후 '유리 동물원', '세일즈맨의 죽음' 등을 선보이며 한국인들에게 소극장 연극의 맛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박정자, 전무송, 최종원, 유인촌, 명계남 등의 연기자들이 이 무대를 거쳤다.
세월이 흐르면서 삼일로 창고극장 경영은 심각한 난관에 봉착했다. 적자 누적으로 인한 운영상의 애로는 지난 40년간 창고극장이 폐관과 재개관을 수없이 반복하게 된 원인이었다. 2003년부터 운영을 맡아온 정대경(56) 대표가 자비를 들여가며 자체제작 공연을 올리기도 했지만 지난해 7월 대관 공연 이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채로 올해 가을까지 왔다. 결국 건물주가 극장을 비워 달라고 요구했고 지난 26일 자로 문을 닫게 된 것.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이기도 한 정 대표는 삼일로 창고극장에 대해 ‘자생력을 갖기 어려운 극장’이라는 점은 맞지만 연극사적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 붙들고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내년 2월 이후에 규모를 조금 키워 대학로로 가든지 아니면 지방으로 가든지 해서 다시 문을 열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