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진현우 기자]"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스스로 탄핵을 유도하는 것 같다"(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8일 대통령 몫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에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임명한 것을 두고 민주당 등 야권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권한쟁의 심판과 가처분 신청 등 가용한 범위 내에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 한 권한대행 탄핵에는 선을 긋는 모양새이지만 당내에서는 탄핵론에 점차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후임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을 지명하자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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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헌법재판관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성윤·서영교 민주당 의원,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김기표·박범계·박희승·장경태·박균택 민주당 의원. 2025.4.8 |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간담회 이후 취재진과 만나 "내란 동조세력의 헌재 장악 시도"라며 "권한쟁의 심판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률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공판을 마친 후 취재진과 만나 "본인이 대통령이 된 것으로 착각한 것 같다"며 "권한도 없는데 오버(과도)한 것 같다"고 한 권한대행을 비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회는 인사청문회 요청을 접수받지 않겠다"며 "국회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한 권한대행에게 경고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과 함께 그동안 미임명 상태였던 국회 몫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겠다고 함께 밝혔다. 이렇게 되면서 헌법재판소는 9인 체제를 갖추게 됐고 구도는 중도·보수 성향 7명, 진보 성향 2명으로 바뀌게 됐다.
국회는 이완규·함성훈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해 앞으로 20일 이내 인사청문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만약 국회가 두 후보자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실시하지 않거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는다면 대통령(대통령 권한대행)은 10일 이내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만약 국회가 이마저 응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은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을 임의로 임명할 수 있다.
민주당은 직선 대통령이 아닌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는 것을 강하게 지적하고 나섰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헌법재판소도 한 권한대행에 대해 '간접적인 민주적 정당성이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을 정도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권한대행은 국회와 소통 협의를 생략하고 국회 의사는 아랑곳없이 인사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당은 이완규 후보자에 대한 문제 제기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자는 12.3 비상계엄 사태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박성재 당시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 김주현 당시 대통령실 민정수석 등과 함께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 서울 삼청동 안가에 모여 후속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날 한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후임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과 함께 당내 '한덕수 재탄핵론'도 서서히 수면 위로 오르는 모습이다.
일단 당 지도부는 한 권한대행 탄핵에 선을 긋는 모습이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아직 원내지도부 차원에서 탄핵을 공식적으로 논의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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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4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 뒤 열린 첫 국무회의다. 2025.4.8./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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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미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초안은 재발의 가능성에 대비해 이미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날 한 권한대행이 야당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몫의 후임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이 당내 한 권한대행 탄핵 논의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범계 의원은 "강한 반발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후임 재판관을 임명한 저의는 무엇인가"라며 "의도적 도발인가. 재차 탄핵하지 못할 것이라는 안심책인가"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에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처리 협조를 촉구했다.
김 권한대행은 "한 권한대행은 내란 지속, 탄핵 불복을 이어가고 있다"며 "국회는 법적 권한을 총동원해 한 권한대행의 망동을 막아야 한다. 즉각 본회의를 열어 한 권한대행을 탄핵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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