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 초유의 ‘월권’ 사태에 헌법학계도 ‘난색’
“정치의 사법화 옳지 않아”…헌법 해석도 분분
[미디어펜=최인혁 기자]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전날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2인을 지명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위헌’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야권에서는 권한쟁의심판 등으로 한 권한대행의 지명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권에서는 헌재를 9인 체제로 정상화하기 위한 ‘결단’이라며 한 권한대행을 옹호하고 있어 여진이 끊이지 않는다. 

헌법학계에서는 9일 정치권의 위헌 공방에 대해 ‘초유의 사태’로 옳고 그름을 따지기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한 것이 ‘월권’이라는 주장에 조금 더 무게가 실렸다. 

또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임명이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인 만큼 이를 법적으로 제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단정은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권한대행은 전날 이완규 법제처장,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오는 18일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지명했다.

헌법학계 韓대행 ‘월권’ 지적 나와…野의 ‘임기연장법’도 ‘위헌’ 비판 

헌법학계에서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한 것은 ‘월권’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권한대행의 경우 대통령과 달리 민주적 정당성이 낮아 권한이 현상을 유지하는 선에서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는 이유다. 앞서 헌법재판소가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 심의 과정에서 탄핵소추안 의결 정족수를 대통령 기준인 200석이 아닌 151석으로 정한 것도 이에 대한 방증으로 읽혔다.

   
▲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후임 헌법재판관 지명과 관련해 한 권한대행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하고 이완규 법제처장의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4.9/사진=연합뉴스

다만 헌법 또는 규정에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못한다고 명시되어 있지 않은 만큼, 이를 ‘위헌’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적인 영역에 사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정치를 사법화하는 것이다.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지만, 저는 권한대행의 권한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원칙적으로 한계는 없다고 본다”면서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이 위법은 아니라고 해석했다.

다만 이 교수는 “권한대행은 대통령이 가진 모든 권한을 대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임시의 지위에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권한 행사를 자제해야 하는 것은 맞다”고 부연했다.

반면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학계의 주류적 견해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은 위헌이다. 헌법재판소가 한 권한대행 탄핵심판에서 결정한 것을 연장해서 이를 본다면 권한대행의 적극적 권한 행사는 위헌이라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헌법학계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에 반발하며 임기 만료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일시적으로 연장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렸다. 해당 법안은 헌법재판관의 후임이 임명되기 전 임기가 도래할 경우 헌법재판소 마비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퇴임하는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일시적으로 연장하는 내용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위헌’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헌법에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6년’으로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헌법에 헌법재판관들의 임기는 6년이라고 이미 못 박혀 있다. 민주당은 헌법재판관 임기 연장 사례로 독일을 언급하고 있지만, 독일은 헌법이 아닌 일반 법률에 헌법재판관들의 임기가 정해져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률로 임기가 조율 가능한 것으로 우리와 동일한 상황이 아니다”면서 재판관 임기 연장법은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보다도 위헌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부 위헌의 소지가 있지만, 불가피한 상황을 감안한다면 입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정 교수는 “(임기 연장법은) 후임 재판관이 임명될 때까지 임시로 직무를 대행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적시에 헌재가 구성된다면 해당 법은 적용이 되지 않는 것이다”면서 위헌의 여지보다 제도 보완의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봤다.

"헌정사 초유의 일…강제 수단 실효성 없지만 예단 어려워"

아울러 헌법학계에서는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을 법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발생했다. 야권은 두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해 인사청문회 거부, 권한쟁의심판 등으로 임명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임명으로 ‘누구’의 권한이 침해당했는지 불분명하며, 국회가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이들을 임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은 없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이 교수는 “일단 이번 사건에 권한쟁의가 성립될 수 없다. 권한쟁의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권한 침해가 발생해야 하는데, 누구의 권한이 침해된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면서 “한 권한대행의 지명을 사실상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법리적 논리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국회의 권한 중 입법권이 침해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어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위헌법률 심판, 헌법소원 심판, 권한쟁의 등을 판단하는 헌재가 적법하게 구성되지 못했을 경우 국회가 간접적으로 법적 이익을 침해 당했다고 볼 여지가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임명이 헌정사 최초의 일인 만큼 헌법재판소가 이번 사안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를 예단하기란 시기상조로 여겨진다. 정 교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앞으로 권한쟁의 과정에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은 헌재가 이번 사안에 어떤 태도를 취할지 지켜봐야 할 문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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