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본격적인 대선정국에 앞서 정치권에서 은행장들 소집에 나서면서 은행권에는 긴장감이 역력하다. 은행장들을 소집해 상생금융 방안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은행을 압박한 '포퓰리즘' 정책행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민생회복'을 명분으로 한 요구와 압박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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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정무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민생 경제 및 은행권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국민의힘-은행권 현장 간담회'에서 5대 시중은행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은행연합회 |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및 전북은행, 토스뱅크 은행장들을 소집해 '민생 경제 및 은행권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국민의힘-은행권 현장 간담회'을 열었다. 이날 간담회는 미국 상호관세 조치와 내수 부진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권의 지원을 당부하기 위해 마련했다는 게 국민의힘 측 설명이다.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의 어려움이 크고, 국민의 삶에 미칠 여파가 우려된다"며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어떻게 지원해 나갈지 고민하고 은행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상호관세와 경기침체 우려 등 국내 금융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업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마련된 간담회를 두고 업계는 당혹스러운 눈치다. 더욱이 이번 간담회는 양측간 조율된 회동이 아니라, 국민의힘 요청에 따라 갑작스럽게 마련된 자리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 은행장들을 소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대 은행장들을 불러모아 은행권의 상생금융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동은 민주당 측이 은행권에 먼저 요청해 성사된 것으로 금융권에선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이 대표가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을 낳았다.
특히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 대표가 은행장과 상생금융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은행권에 압력을 행사한 것이란 해석까지 나왔다. 은행권에선 지난해 대출이자 환급 등 2조10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금에 나섰다. 또 12월에는 금융뿐 비금융을 포함한 차주별 상황에 맞는 맞춤형 소상공인 지원책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지난해부터 은행들의 초과 이익을 환수하는 내용을 담은 '횡재세' 도입과 은행의 영업 비밀인 대출 목표 이익률 등을 공개하는 '가산금리 기준 공개 법안' 등을 강하게 추진하며 은행을 압박해 왔다.
여야 모두 어려운 시기 업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가 본격화되고 가운데 대선이 가까워올 수록 '민생회복'을 명분으로 한 '포퓰리즘'성 압박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은행 경영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을 두고 우려섞인 목소리가 크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2조1000억원에 달하는 상생금융 지원액을 투입한 데 이어 향후 3년간 2조1000억원에 달하는 상생금융 자금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며 "수조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쏟아부은 상황에서 추가 상생금융 확대 방안을 어디까지 더 논의해야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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