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6·3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다?
12·3계엄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지는 21대 대선의 흐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대통령이라는 대세적 흐름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선거는 정치보다 더 역동적이다. 굳히기냐 뒤집기냐의 승부는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바람과 함께 나타나고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이 전 대표는 10일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을 통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진짜 대한민국'을 강조하며 경제적 양극화를 사회적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먹사니즘'과 '잘사니즘'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새로운 국가 비전으로 'K-이니셔티브(initiative)'를 제시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의 훌륭한 도구, 최고의 도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진짜 대한민국'을 강조하는 이 전 대표의 속내는 뭘까. 그럼 지금껏 대한민국은 '가짜 대한민국'이었다는 것인가. 부정의 깊이가 어디까지일까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자신에게 쏘아진 사법적 리스크의 억울함에 대한 토로일까? 아님 건국에서부터의 역사의 뿌리 문제를 제기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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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한 대선 출마 영상 내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재명 전 대표 캠프 |
‘진짜’에 대한 본의가 의아스럽다. ‘강한’, ‘정의’, ‘공정’ 이런 숱한 수사적인 것을 두고 굳이 ‘진짜’를 말할까. ‘진짜’가 내포하는 단어 속에는 상대적으로 ‘가짜’를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갈등과 편가르기의 전형적인 속성을 가진 ‘진짜’는 ‘가짜’를 몰아내겠다는 자기 본위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래서 위험스럽게 느껴진다.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첫 화두는 개헌논의다. 38년이 지난 옷은 몸에 맞지 않기에 ‘87년 체제’을 바꾸자는 숱한 주장과 여론이 대두됐지만 언제나 자기 정치에 밀렸다. 권력은 남에게는 날카로운 칼일지언정 내게는 달콤한 꿀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3명의 대통령이 퇴임 후 구속됐고 1명은 수사 중 극단적 선택을 했으며 2명은 탄핵으로 파면됐다.
윤 대통령의 탄핵은 비극의 역사를 끝낼 수 있는 기회였다. 국민적 여론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우원식 국회의장마저 나서 대선과 개헌을 동시에 하자고 제안했다. 여야 정치 원로는 물론 헌정회도 대선 때 개헌을 추진해 후진적 정치를 바꾸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유독 이재명 전 대표만 반대했다.
우 의장은 자신의 발언을 사흘만에 뒤집었다. 이 전 대표는 “내란 문제를 개헌으로 덮으려고 시도해선 안 된다”고 압박했다. 친명 의원들은 앞다퉈 비난 행렬에 가세했다. ”개헌은 x나 주고 그 입 닥치라“, ”국회의장 놀이 그만하라“며 인격모독에 가까운 비난을 했다. 강성 지지층의 반발은 말할 필요도 없다.
민주당 출신이며 계엄 해제를 선포하고 숱한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에 동조했던 그는 한순간 배신자로 몰렸다. 우 의장은 결국 대선 이후에 논의를 이어가자며 물러섰다. 무책임하고 유감스럽다. 국회 수장의 현주소다. 거대 야당이 장악한 국회의 민낯이다.
이 전대표는 3년 전 대선 때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주장하면서 임기 1년 단축도 공약했다. 3년 만에 그의 정치적 신념이 바뀐 것은 왜일까. ‘어대명’에 분위기에 취해 태도가 바뀐 걸까. 굳이 대선 마당에 개헌이라는 변수를 넣어 ‘달콤한 꿀’의 밀월을 나누고 싶지는 않았을까. 설사 이 전 대표의 생각이 그렇지 않더라도 결국 정치인의 말은 낮과 밤이 다르다는 걸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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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선과 개헌을 동시에 하자고 제안했다가 이재명의 전 민주당 대표의 반에 결국 자신의 발언을 철회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지금껏 이재명 전 대표가 걸어온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해결되지 않은 사법적 리스크가 많은 숙제로 남아 있다. 시간이 이 전 대표의 편이었는지 사람이 그의 편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지만은 않은 것은 그때 그때 말과 처신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다시 대선에 나섰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좌파 진영을 중심으로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내란 세력’으로 몰아가고 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빌미로 윤 정부 3년을 ‘내란 프레임’에 가두려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에 이은 ‘적폐 청산 시즌2’의 공포가 우려된다.
10일 헌법재판소는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박 장관은 119일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이로써 야당의 줄탄핵은 10번째 기각을 기록했다. 30번에 달하는 탄핵이 가져온 국민적 피로감과 국정공백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변명도 사과도 없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장관겸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은 민주당의 손안에 있다. 한 번 탄핵했다 직무에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해서도 재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18일 퇴임하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을 지명하자 민주당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겁박하고 나섰다. 속내는 아마 이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심우정 검찰총장의 탄핵소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지독한 ’탄핵병‘이다.
혼란과 갈등의 대한민국이다. 극단으로 치달은 대립은 국민을 두 동강 내고 있다. 광장의 두 모습은 하루빨리 치유해야 될 고질병이지만 깊어만 가고 있다. 병폐의 뿌리는 ‘진짜’와 ‘가짜’라는 갈라치기와 자기방어적인 논리가 그 출발점이다. 이성은 없고 선동과 괴담, 내편과 네편을 가르는 자기합리화에 동조된 빗나간 믿음이다.
글로벌 환경은 트럼프발 무역전쟁으로 유례없는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대권몽’에 취해 국가 경제와 국민은 뒷전이다. 대화와 협치는 실종된 지 오래다. 극단적 혐오속에 대결과 보복의 정치만 판친다. 이런 정치를 버리지 않는 자는 결국 ‘헛된 꿈’만 꾸게 된다. 국민의 시선은 냉철하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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