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손해보험사들의 역대급 실적 랠리가 올해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손보사들은 장기인보험 매출 확대, 투자수익 개선 등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뒀으나 올해 들어 독감, 폭설, 산불 등으로 손해율이 급등하면서 실적 악화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신한투자증권은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이 모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 의성 산불 여파로 가옥 및 시설물이 전소한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마을.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현대해상의 경우 호흡기 질환 증가에 따른 예실차 확대와 지난해 손실계약부담비용 약 2900억원 환입 등 역기저효과로 인해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55.6% 감소한 212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기간 DB손해보험은 3837억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보다 34.2% 줄어든 수치다. 미국 LA 산불에 따른 일회성 비용(재보험 복원보험료 650억원) 반영해 컨센서스 하향 조정을 예상했다.

삼성화재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14.1% 감소한 602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연초 독감 유행으로 인한 예실차 확대, 블랙아이스로 인한 다중추돌사고와 자동차 손해율 상승, 국내외 산불 피해에 따른 일반 손해율 상승 등으로 인해 보험손익 부진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해 연말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정 변경에 따른 보험계약마진(CSM) 조정 반영으로 기초 CSM 규모가 감소한 가운데 보험손익의 구조적 감익이 예상된다”고 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독감은 1월 들어 최대 규모로 확산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월 2주차(5~11일) 독감 의심 환자는 1000명당 86.1명으로 201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에 3개사의 장기보험 예실차는 지난해 1분기 359억원에서 올해 1분기 1216억원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보험 또한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85%를 차지한 대형 4개 손보사(삼성·현대·DB·KB)의 2월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88.5%로, 전년 동기(79.3%) 대비 9.2%p(포인트)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사들은 2022년부터 지속적으로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해왔다. 여기에 정비수가도 오르면서 자동차 부문의 손익이 악화했다. 실제 전체 손보사의 자동차 보험손익은 2023년 5539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97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 2020년(-3799억원) 이후 4년 만의 적자 전환이다.

최근 발생한 대규모 산불 또한 손해율을 높이는 원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과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달 4일까지 총 4896건의 산불 관련 보험금 청구가 접수됐다. 보험업계는 1개월 내 보험금을 최대한 지급할 계획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산불피해로 인한 손해율 상승으로 상반기 손익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가 재난 사태이기 때문에 최대한 신속하게 보험금을 지급하고 피해 복구를 위해 추정 보험금 50% 이내 가지급 제도도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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