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 재표결 결과 ‘부결’…폐기 수순
민주당에서 상법 개정 재추진 가능성 높아 ‘우려’
이재명 예비후보의 우클릭 행보에 거는 기대감
재계 “상법 개정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전환해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더불어민주당이 독단적으로 추진한 상법 개정안이 불발됐지만, 재계에서는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대선 이후 민주당이 재차 상법 개정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에서 대권을 잡을 경우 더 이상 거부권 행사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재계는 자본시장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예비후보가 경제정책에 있어 우클릭 행보를 보이고 있어 향후 대권을 잡을 시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기업안정에 도움을 주길 바라고 있다. 

   
▲ 국회 본회의장./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상법 개정 막았지만 상법 개정 재추진 가능성 커”

18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 재표결 결과 부결됐다. 상법 개정안은 찬성 196표, 반대 98표, 기권 1표, 무효 4표를 받았다. 상법 개정안은 재표결 법안으로 국회 문턱을 넘으려면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찬성 200표를 얻어야 했으나 이를 채우지 못해 자동 폐기된다. 

상법 개정안은 민주당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법안인데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재계 내에서는 이사 충실 의무 확대로 인해 소송이 남발할 수 있고 경영권 분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꾸준하게 반대 의견을 내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기업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안을 밀어붙였고 국회까지 통과했으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해 상법 개정안을 막을 수 있었다. 

재계 내에서는 상법 개정안이 폐기 수순을 밟게 된 것에 대해 일단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상법 개정안이 부결된 것에 대해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기업 현실에서 해당 개정안이 경영 판단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기업 경영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주주가치 제고와 밸류업이 기업의 근원적인 경쟁력 제고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안심하긴 이르다는 반응도 나온다. 당장은 상법 개정안이 막혔으나 민주당에서 재차 상법 개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6월 초까지는 대선에 집중하면서 상법 개정 움직임도 주춤하겠지만 이후로는 본격화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이 재표결에서 부결로 폐기 처리되면 집중투표제, 독립이사제, 감사 확대 등을 추가하는 방안도 고려해 재발의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대통령 거부권을 통해 상법 개정안을 막아왔는데 민주당에서 대권을 잡게 된다면 사실상 상법 개정안 통과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재계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대통령이 나온다면 상법 개정의 국회 통과는 시간 문제”라면서 “앞으로도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예상되는 피해에 대해 꾸준하게 알리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오른쪽)가 3월 20일 서울 강남구 멀티캠퍼스 역삼 SSAFY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재명 연일 ‘친기업’ 행보…“자본시장법 개정이 대안”

재계 내에서는 민주당에서 대권을 잡더라도 이재명 예비후보가 최근 보여주고 있는 친기업 행보에 기대를 걸면서 상법 개정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방향을 전환해주길 바라고 있다. 

실제로 이재명 예비후보는 연일 우클릭하는 모습이다. 이 예비후보는 우리나라는 AI(인공지능) 3대 강국으로 세우겠다며 AI 투자 100조 원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에는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인 퓨리오사를 방문해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또 K-방산을 4대 강국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범정부적 지원 체계 강화를 약속하기도 했다. 이 예비후보는 “방산 지원 정책금융 체계를 개편하고, 방산 수출 기업의 연구·개발 세액을 감면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방산 정책금융 체계 개편은 그동안 방산기업에서 수출 확대를 위해 요구했던 사안이다. 

지난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예비후보는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되고, 삼성이 잘 살아야 삼성에 투자한 사람들도 잘 산다”며 친기업 행보를 보였다. 

재계는 상법 개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을 요구해왔다. 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가 주주가치 제고인데 이를 충족시키면서도 기업들이 받는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을 대안으로 제시해왔다. 

이에 재계 내에서는 이 예비후보가 상법 개정 대신 자본시장법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등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경영 환경이 불확실한 가운데 기업들이 경영에 매진할 수 있도록 상법 개정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재명 예비후보의 친기업 행보에 대해 진실성을 보여주려면 상법 개정부터 기업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를 반영해야 한다”며 “현재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상법 개정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만큼 상법 개정을 밀어붙이기 보다는 자본시장법 개정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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