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제4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출사표를 던졌다가 끝내 철수했던 더존비즈온이 제주은행 2대 주주로 등극한다. 제주은행의 유상증자 물량 전량을 인수한 것인데,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은행사업을 펼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에 더존비즈온과 제주은행은 협업을 통해 지역은행 역할을 강화하고, 소호 중심 비즈니스 혁신을 펼칠 계획이다.
18일 더존비즈온과 제주은행에 따르면 제주은행은 이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국내 전사적자원관리(ERP) 1위 기업 더존비즈온을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방식 유상증자 결의안을 승인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제주은행의 ERP뱅킹 사업추진을 위한 전략적 동맹 제휴의 일환으로, 제주은행이 발행한 신주 566만 9783주 전량을 더존비즈온이 570억원에 전량(지분 14.99%) 매입하게 됐다. 현행법상 비금융주력자가 지방은행에 투자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이다. 이에 더존비즈온은 신한금융지주에 이어 2대 주주로 등극하게 됐다.
|
 |
|
▲ 제4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출사표를 던졌다가 끝내 철수했던 더존비즈온이 제주은행 2대주주로 등극한다. 제주은행의 유상증자 물량 전량을 인수한 것인데,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은행사업을 펼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에 더존비즈온과 제주은행은 협업을 통해 지역은행 역할을 강화하고, 소호 중심 비즈니스 혁신을 펼칠 계획이다./사진=더존비즈온 제공 |
양사는 전략적 협업관계 측면에서 서로의 니즈를 충족하는 모습이다.
제주은행은 지방은행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기존 비즈니스 전략을 완전히 탈바꿈하기 위해 더존 측과 손을 잡았다. 이에 제주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공동 ERP 뱅킹 신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ERP 뱅킹은 기업 자원 통합관리 프로그램인 ERP 시스템에 금융을 접목하는 임베디드 금융을 뜻한다. 금융서비스를 원하는 기업의 동의를 거쳐 실시간 자금흐름과 거래정보를 바탕으로 해당 기업의 니즈에 맞는 적시성 있는 맞춤형 금융을 제안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아울러 비대면 채널을 통해 별도의 서류 준비 없이도 빠르게 기업금융 거래가 가능해진다.
또 더존비즈온이 보유한 약 300만 ERP 회원사와 막대한 기업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중소·소상공인들이 필요로 하는 자금을 공급하는 지방은행의 새 혁신모델로 부상한다는 계획이다.
더존비즈온은 제주은행의 디지털부문을 총괄적으로 담당할 예정이다. 이번 유증에 투입한 투자금 전액을 디지털뱅킹 분야에 투입하고, 제4인터넷은행 준비과정에서 개발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접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디지털 금융 플랫폼의 혁신을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더존비즈온 관계자는 "대규모 자금투자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갖고 있는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최소화하면서도 더존비즈온이 추진해 온 금융 플랫폼 혁신을 완성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 추진과 비교해 보유 지분은 낮지만, 다양한 리스크를 피하고 안정적인 사업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더존비즈온은 제주은행의 자산 및 영업력에 주목하고 있다. 제주은행의 여·수신 규모는 12조원에 달하며 당기순이익도 100억원이 넘는다. 이에 더존비즈온은 자사 보유 인공지능(AI) 및 데이터 역량에 제주은행의 기존 영업기반을 결합해 성장 극대화를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양사는 ERP 뱅킹 사업을 가속화해 오는 2027년 제주은행을 '중소기업·소상공인 특화은행'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제주도 특성상 중소·소상공인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만큼, 소호 특화은행으로의 전환을 노리겠다는 심산이다. 이를 위해 기존 영업체계를 바꾸고, 금융상품과 서비스도 재개발하는 등 전면적 개편을 꾀할 방침이다.
제주은행 관계자는 "ERP의 다양한 기업정보를 활용해 자금공급에서 소외된 지방·중저신용 중소기업을 중점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금융 본연의 역할인 금융 사각지대를 채우는 중소기업 대상 서브뱅크(Sub-Bank)로 혁신 속 포용금융을 완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사업 성과로 창출된 수익을 지역금융 활성화에 재투자해 지역은행의 역할과 책임을 더욱 강화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더존비즈온 관계자는 "제주은행 지분 참여는 단순 투자를 넘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선택"이라며 "제주은행의 디지털부문 사업을 함께 추진함으로써 디지털뱅킹의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사는 향후 강력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핵심인력으로 전담조직을 구성해 내년 초 상품·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사업추진의 속도를 높여갈 계획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