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점유율 확대 총력…SK·마이크론과 3파전 본격화
[미디어펜=김견희 기자]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가 주도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이 올해엔 보다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40%인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로 고군분투 중이며, 마이크론도 HBM 전담 조직을 신설해 추격전에 돌입했다.

   
▲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사진=삼성전자 제공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사업부는 전영현 DS부문장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는 물론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반도체 시장의 고도화로 HBM 제품 요구 조건이 고객별로 달라지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두고 조직 문화 쇄신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7월 세대별로 흩어진 개발팀을 모아 HBM 전담팀을 꾸린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또 제조-패키징-테스트 등 각 공정의 유기적 협력이 가능한 환경 조성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커스텀(맞춤형) 역량이 중요해지는 HBM4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6세대 제품인 HBM4부터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HBM을 연결해주는 베이스다이에 고객사가 요구하는 기능을 추가하는 로직 공정이 적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시장이 고도화할 수록 HBM 제품 요구 조건이 고객별로 달라지고 있는 추세"라며 "이에 공정별 담당자 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여건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인 공략을 통해 HBM의 엔비디아 공급도 서두르고 있다. HBM3E의 8단과 12단에 대한 퀄테스트(품질검증)를 이어가며 수율을 확보하는 한편, HBM4 개발과 양산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전 부문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HBM3E 12단 제품은 이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에는 주도적인 제품"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HBM4의 경우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42% 수준인 시장 점유율을 더욱 늘려나가겠다는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HBM 시장 점유율이 40% 정도로 적인 비중은 아니지만, SK하이닉스와 경쟁 구도로 묶여 극단적으로 보여지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엔비디아가 HBM에서 1위 업체인 SK하이닉스에 우선권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 판을 완전히 뒤집을 순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 반도체 공정을 둘러보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왼쪽)./사진=SK 제공

경쟁사 마이크론도 최근 실적발표에서 올해 HBM 점유율을 20%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HBM에 초점을 맞춘 전담 사업부 'CMBU'를 신설했다. CMBU는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 고객을 위한 메모리 솔루션과 데이터 센터 고객을 위한 HBM 사업을 담당한다. 이는 고객사로 있는 빅테크들의 HBM 공급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마이크론은 한미반도체로부터 HBM3E 12단 구현에 필수적인 TC본더 장비를 대량 확보하고 있으며, 이 장비를 중심으로 대만 AUO 공장을 리모델링해 HBM 생산에 한창이다. 아울러 싱가포르와 일본과 미국 등에서 HBM 설비를 구축하면서 시장 선두 기업들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시장에선 마이크론이 기술·개발은 물론 세계 곳곳에 생산 거점을 확대하면서 물량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최근 엔비디아로부터 HBM3E 12단 제품에 대한 품질검증을 마치고 공급을 시작한 만큼 하반기에는 물량을 더욱 늘려 시장 속 입지를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의 공격적인 공세로 선두 기업들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점유율 1위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1위 수성에 나선다.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 간 동맹이 공고해 올해도 52.5%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2.5%, 삼성전자가 42.4%, 마이크론이 5.1%인 것으로 나타났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제품으로, 단수가 높아질수록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양이 증가하고 속도는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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