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측, 심해 어업 양식시설이라 주장하며 우리측 조사 막고 대치
항행·어업 제외 금지된 PMZ에 고정 구조물, EEZ 영유권 주장 우려
시진핑의 ‘경주 APEC’ 방한 등 훈풍 부는 한중관계에 파장도 염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중국이 서해 잠정조치구역(PMZ)에 설치한 구조물에 대해 우리정부가 철거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한중 외교당국이 23일 처음 대면해 3차 해양협력대화를 연다.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의 수석대표는 강영신 외교부 동북·중앙아국장, 홍량 중국 외교부 변계해양사 국장이다. 

이번 회의에선 중국의 ‘서해 구조물’ 문제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2월 우리정부가 중국측 구조물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가 중국이 막아서면서 양측 해경이 대치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 중국측은 이 구조물이 ‘심해 어업 양식시설’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한중협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21일 중국 외교부의 궈자쿤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우리는 이미 이와 관련된 중국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중 양국간 해양권익 주장이 중첩되는 것과 관련해 양측은 해양경계협상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또 “양국은 어업협정에 따라 PMZ 내에서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중국이 지난 2022년 서해의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설치한 대형 구조물. 중국은 이를 '심해 양식 관리 보조 시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5.4.22./사진=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하지만 PMZ에서 항행과 어업을 제외한 다른 행위는 금지되고 있으며, 중국 측의 설명 부족으로 이 시설이 정말 어업 관련 시설인지 불명확한 상황이다. 중국 구조물은 한국이 EEZ의 경계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PMZ의 중간선을 기준으로 봤을 때 중국 쪽에 가까운 쪽에 있다. 따라서 이 시설이 어업시설이 아닐 경우 향후 중국이 PMZ을 깨고 우리측 EEZ까지 자신들의 영유권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정부는 중국의 서해 구조물과 관련해 비례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상황이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21일 “이번 사안을 해양영토를 지킨다는 자세로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 비례 조치를 포함해서 실효적으로 가능한 부분들을 고민하고 있다”며 ‘비례 조치’에 대해 “어떤 수준에서 어떤 시설물로 중국측에 비례 대응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부처간 공동으로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의서해 구조물 설치는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심해 어업양식 장비’라는 선란 1호가 건설됐고, 2022년 '심해 양식관리 보조 시설' 명목의 철골 구조물을 설치했다. 지난해엔 선란 2호를 추가로 설치했다.

선란 1·2호는 원통형 모양으로 해수 온도에 따라 높낮이를 조절하며 ‘서해 냉수대’를 활용한 수십만 마리의 연어 양식을 한다는 게 중국측의 설명이다. 철골 구조물 역시 석유시추선으로 활용되다가 2016년에 폐기된 시설을 개조한 것으로, 정확한 제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 중국이 지난해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설치한 '선란 2호 '. 2025.4.22./사진=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 중국이 지난해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설치한 '선란 2호 '. 2025.4.22./사진=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중국은 양식 시설이라고 주장하지만 구조물엔 헬기 착륙장도 있고, 최대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가로 100m, 세로 80m 규모를 볼 때 다른 전략적 용도를 추정케 한다. 중국 칭다오시는올해 안에 선란과 유사한 반잠수형 구조물 10개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현지 언론에 발표한 일도 있다. 더구나 중국은 필리핀, 타이완 등과 영토 분쟁 중인 남중국해에서도 비슷한 일을 벌여왔다.

서해 PMZ는 서해에서 한국과 중국의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수역의 일부로, 양국 어선이 함께 조업하고 양국 정부가 수산자원을 공동 관리해 왔다. 이런 지역에 중국측이 구조물을 설치하면서 시설의 기능과 목적을 우리측에 정확하게 알리지 않은 것이다. 중국측의 설명의무는 없다고 하더라도, 공동관리구역에 일방이 설치한 고정 구조물에 대해 구체적 사실관계를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이번 한중 해양협력대화에서 서해 구조물을 둘러싼 양국간 확전 여부가 결정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특히 최근 상호 비자면제 조치와 올해 11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이 논의되는 등 한중관계에 '훈풍'이 부는 상황이어서 더욱 결과가 주목된다. 중국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정부가 실제로 ‘비례 대응’을 검토할 경우 한중관계는 얼어붙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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