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대정부질문 보이콧 달리 시정연설 출석에 "출마 명분 축적"
국민의힘 '빅4' 보수 빅텐트 입장 완화에 韓 출마 '초읽기' 전망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국회 시정연설에 나선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한대행이 시정연설을 한 것은 1979년 11월 최규하 대통령 이후 46년 만이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국회 시정연설에서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의 조속한 심의·의결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가 미국발 통상전쟁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한 권한대행은 정부가 재난·재해와 통상 위기 대응 및 민생 안정을 중심으로 추경안을 편성했고, 이를 통해 영남산불 피해복구, 기술 패권 경쟁 대응, 소상공인 지원 등을 추진하겠다며 국회의 협조를 거듭 요청했다. 하지만 야권은 한 권한대행의 연설에 호응 대신 침묵과 야유 그리고 외면으로 일관했다. 

실제 한 권한대행은 이날 연단에 오르기 전부터 야권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야당 의원들은 한 권한대행이 연설을 시작하기 전부터 ‘내란의힘’, ‘사퇴하라’고 외치며 한 권한대행을 질타했다.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해 본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4.2/사진=연합뉴스

더불어 우원식 국회의장도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했던 것을 언급하며 “헌법재판소 판결에서도 이미 확인됐듯 대통령과 권한대행의 권한이 동일하다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발상이다”면서 “비상계엄과 탄핵, 또 대통령 파면을 거치면서 국민의 삶이 도탄에 빠졌다. 이럴 때 대통령을 보좌했던 국무총리로서 또 권한대행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잘 처리해야 한다”며 한 권한대행을 직격했다.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언급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흠집 날 자리 피하고 주목받는 자리만 참석…'이미지 메이킹' 지적

야권이 한 권한대행을 향해 ‘십자포화’를 쏟은 것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가 대선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앞서 한 권한대행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 불참했다.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론 등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자 의도적으로 대정부질문을 보이콧한 것으로 여겨진다.
 
정치권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대정부질문에는 불참하고, 시정연설에만 참석한 것을 두고 출마 명분 쌓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권한대행이 미국 발 통상 위기에 대응하고 있는 책임자이자, 민생경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각인시키기 위해 시정연설을 이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 권한대행이 이날 시정연설 후 대선 출마에 대한 질문을 받자 “고생 많습니다”라고 6자의 대답만 남기고 출마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은 것이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됐다.

빅4 ‘보수 빅텐트’·‘단일화’에 톤 다운…韓출마 임박 시그널

한 권한대행 시정연설을 전후로 국민의힘 빅4 후보들(김문수, 안철수, 한동훈, 홍준표 가나다순)이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완화하고 있는 것도 한 권한대행의 출마가 임박한 것으로 읽힌다. 

앞서 이들은 ‘원샷 단일화’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되자 모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김문수 후보가 먼저 ‘보수 빅텐트’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에 이어 안 후보, 한 후보, 홍 후보도 모두 단일화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안 후보는 채널A 유튜브에 출연해 “한 권한대행의 출마에 반대하지만, (한 권한대행이) 일종의 빅텐트를 만들어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보다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 후보는 SNS에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다면 본선 승리를 위해 모든 사람과 함께 할 것이다”라고 밝혔으며, 홍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한 대행이 대선에 출마하고 반 이재명 단일화에 나선다면 한 대행과도 함께하겠다. 언제든지 단일화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차 경선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후보들이 단일화에 대해 톤 다운에 나선 것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후보 만으로 대선을 승리할 수 없어 현실과 타협하겠다는 것과, 또 한 권한대행의 출마를 막을 방법이 없어 단일화 이슈를 주도하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한 권한대행이 시정연설에 나선 것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본인이 권한대행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도 확장을 위한 행보로 볼 수 있으며 출마에 대한 명분을 축적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평론가는 “한 권한대행이 불출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을 보면 출마를 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가 임박한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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