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23일 서울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 외교당국간 첫 대면 한중 해양협력대화에서 우리측은 서해 잠정조치구역(PMZ)에 설치된 구조물을 PMZ 바깥으로 옮길 것을 중국측에 요구했다고 외교부가 24일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측은 확답을 하지 않았지만 우리측의 요구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긴밀히 소통해나가기로 했다.
한중 양국은 제3차 한중 해양협력대화를 열고 양국간 해양 문제 전반을 폭넓게 협의했다. 강영신 외교부 동북·중앙아국장과 훙량(洪亮, Hong Liang) 중국 외교부 변계해양사무국장이 수석대표를 맡고 양국에서 각각 20명씩의 해양 업무 관련 부처 관계자 40명이 참가한 이번 해양협력대화에선 최초로 분과위를 출범시켰다.
우선 수석대표간 큰 틀에서 협의를 진행한 뒤 ▲서해 구조물 ▲불법조업 등 양국간 현안을 다루는 ‘해양질서 분과위’와 ▲공동치어방류 ▲수색구조 등 협력 사안을 다루는 ‘실질협력 분과위’를 설치해 양국 외교부 과장의 주재하고, 관계부처 관계자가 참여해 사안별로 의견을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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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지난해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설치한 '선란 2호 '. 2025.4.22./사진=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
중국측은 이번에도 “서해에 설치한 구조물은 순수하게 양식 목적의 시설로서 영유권이나 해양경계획정 문제와 무관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측은 설치물 중 2개는 부유식이고, 나머지 1개도 영구적인 고정 시설물은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우리측에서 요구한 PMZ 바깥으로 구조물을 옮기는 것에 대해 중국측은 민간기업의 자금이 투입돼 만들어진 시설물이라서 시간을 갖고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우리정부가 이 구조물에 대해 조사에 나섰을 때 중국측이 막아선 것도 민간 업자의 우려때문이라고 중국측은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측은 처음으로 이 구조물을 살펴보기 위한 우리측 관계자의 현장 방문을 주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가 고려할 것을 고려하고 추가 협의해나간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중국측은 잠정조치수역 안에 추가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시는 올해 안에 선란과 유사한 반잠수형 구조물 10개를 추가 설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측은 일단 올 하반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주 APEC 참석 등 최근 양국간 훈풍이 부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언제까지 약속을 지킬지는 지켜볼 일이다,
정부는 중국이 설치한 서해 구조물에 대해 지금은 실제로 양식시설로 많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지만, 앞으로 언제든지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는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심해 어업양식 장비’라는 선란 1호가 건설됐고, 2022년 '심해 양식관리 보조 시설' 명목의 철골 구조물을 설치했다. 지난해엔 선란 2호를 추가로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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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영신 외교부 동북‧중앙아국장과 훙량(洪亮, Hong Liang) 중국 외교부 변계해양사무국장이 수석대표를 맡고 양국에서 각각 20명씩의 해양 업무 관련 부처 관계자 40명이 참가한 제3차 한중해양협력대화가 23일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2025.4.24./사진=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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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란 1·2호는 원통형 모양으로 해수 온도에 따라 높낮이를 조절하며 ‘서해 냉수대’를 활용한 수십만 마리의 연어 양식을 한다는 게 중국측의 설명이다. 철골 구조물 역시 석유시추선으로 활용되다가 2016년에 폐기된 시설을 개조한 것으로, 정확한 제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은 양식 시설이라고 주장하지만 구조물엔 헬기 착륙장도 있고, 최대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가로 100m, 세로 80m 규모를 볼 때 다른 전략적 용도를 추정케 한다. 중국은 필리핀, 타이완 등과 영토 분쟁 중인 남중국해에서도 비슷한 일을 벌여왔다.
서해 PMZ는 서해에서 한국과 중국의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수역의 일부로, 양국 어선이 함께 조업하고 양국 정부가 수산자원을 공동 관리해 왔다. 2000년 8월 합의돼 2001년 6월 발효된 한중 어업협정에 따르면, PMZ에선 양국 어민이 어디서든 자유롭게 어업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하므로 일방의 구조물 설치 등은 자유로운 어업활동에 방해가 되므로 협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 우리정부의 입장이다.
이번에 한중 양측은 이번에 서해 구조물 문제가 양국 관계 발전 흐름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공동 인식하에 각급 채널을 통해 계속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 또 양측은 공동 치어 방류, 수색·구조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현황을 평가하고, 향후에도 양국간 해양 분야 실질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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