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구형 D램 제품 생산 축소 및 고사양·고용량 첨단 제품 확대 등 글로벌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공세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분야에서 물러나는 한편 최신 제품으로 수익성을 가져온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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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서초 사옥 전경./사진=미디어펜 |
27일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PC와 모바일에 탑재되는 구형 D램 DDR4에 이어 3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HBM2E' 제품도 단계적 생산 중단하고 HBM3E(5세대)·HBM4(6세대)에 집중한다.
미국의 마이크론도 서버용 구형 DDR4 모듈의 단종 계획을 고객사들에 알렸다. SK하이닉스도 DDR4의 생산량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메모리 업계 내 대표적인 최신 D램은 DDR5와 HBM3E로 꼽힌다. DDR5는 PC와 데이터센터에 공급되는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에 탑재된다. HBM은 엔비디아, AMD 등이 만드는 인공지능(AI) 가속기에 탑재된다.
주요 메모리 제조업체들이 특정 제품의 생산 중단 계획을 공식화하지는 않았으나 선단 공정 전환, 운영 효율화, 고부가 제품의 생산 비중 확대 등의 이유로 점차 구형 메모리 생산 중단을 우회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컨퍼런스콜에서 "선단 공정 램프업을 가속하며 HBM, DDR5, LPDDR5 그리고 GDDR7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적극 늘리고 있다"며 "DDR4, LPDDR4의 경우 2024년 30% 초반 수준이었던 매출 비중을 올해 한 자릿수 수준까지 가파르게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10월 "DDR4와 LPDDR4의 생산을 계획보다 빨리 축소하는 대신 HBM과 DDR5, LPDDR5의 생산을 확대하는 데 필요한 선단 공정의 전환을 앞당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구형 D램 시장은 중국 업체들로 인해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형 D램 범용제품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018년 8.19달러에서 지난달 말 기준 1.35달러까지 하락했다.
여기에 중국 반도체 회사 CXMT(창신메모리)가 DDR4의 생산을 화대하고 있어 하락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주요 제조사들이 구형 시장에서 물러나는 이유는 이익률을 낮추는 저가 시장이 아닌 다른 시장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현상은 HBM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 나온 지 5년 가량의 HBM2E는 HBM3E와 비교해 두 세대 전 제품으로 구형 취급을 받고 있다.
일부 업체들이 HBM2E를 사용하나 현재 시장 수요는 대부분 HBM3(4세대), HBM3E에 치중돼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HBM2(2세대) 생산능력을 갖춘 CXMT가 HBM2E 개발에도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HBM 라인업 중 HBM2E 이하의 제품 비중은 거의 없는 수준이고 마이크론은 앞세대를 건너뛰고 HBM3E에 바로 진입했다.
HBM 시장 1위인 SK하이닉스도 HBM3E 중 수익성이 높은 'HBM3E 12단' 제품 비중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HBM3E 12단의 가격은 HBM3E 8단보다 50∼60%가량 가격이 높다.
또한 올해 안에 차세대 제품인 HBM4의 양산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SK하이닉스의 HBM물량은 HBM3E 12단과 HBM4가 다수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고사양 AI 칩에 들어가는 최신 제품을 엔비디아 같은 회사에 많이 팔아 수익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HBM의 경우 엔비디아가 여전히 주도권을 쥐고 많은 물량을 가져가고 있고 때문에 메모리 업체들이 집중하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낸드 플래시에서도 구형 비중을 줄이고 기업용 SSD(eSSD), 고단 적층 제품에 집중한다는 기조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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