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검찰이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300억 원 비자금 은닉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계좌를 추적해 자금 흐름을 쫒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유민종 부장검사)는 최근 노 전 대통령 일가의 금융계좌 자료를 확보하고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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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사진=연합뉴스 |
검찰의 자금 추적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30여년이 흐른 만큼 분석 대상 자료가 광범위하고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 자료도 파악해야한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형태를 바꿔가면서 비자금을 관리했을 것에 무게를 두고 현 상황을 기준으로 잡아 역추적 중이다. 자금의 은닉과 승계과정 등 행방을 파악하고 있어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부분이 발견될지 주목된다.
해당 비자금 의혹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시작됐다. 노 관장측은 항소심에서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도움으로 SK그룹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라 주장했다. 재산분할에 기여분이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측에 유입됐는지가 소송의 핵심으로 불거졌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어머니인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온 선경건설(SK에코플랜트 전신) 명의 50억 원 가량의 약속어음 6장의 사진 일부와 메모를 재판부에 제시했다.
메모는 김 여사가 1998년 4월과 1999년 2월에 노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을 기재한 것이며 '선경 300억 원'이 쓰여 있었다.
1991년 노 전 대통령이 비자금 300억 원을 건네는 대신 최 회장의 선친인 최종현 선대회장은 담보로 선경건설 명의로 해당 어음을 전달했으며 돈이 태평양증권 인수나 선경(SK)그룹의 경영활동에 사용됐다는 것이 노 관장 측 주장이었다.
1995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와 재판 과정에선 드러나지 않았던 내용이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노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300억 원을 받은 적이 없고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활동비를 요구하면 주겠다는 약속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항소심 재판부는 메모를 증거로 받아들여 SK가 노 전 대통령의 300억 원을 종잣돈 삼아 성장한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이어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3808억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이는 지금까지 알려진 재산 분할 규모 가운데 역대 최대다.
최 회장의 상고로 두 사람의 이혼 소송은 대법원 심리가 진행 중이나 30여 년 만에 수면 위로 떠오른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을 두고 고발이 잇따라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10월 5·18기념재단은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은닉한 비자금이 총 1266억 원대로 추정된다며 김 여사와 노 관장, 노재헌 동아시아 문화센터 원장을 범죄수익은닉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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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옥숙 여사를 검찰에 고발했다./사진=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 |
시민단체 '군사정권 범죄수익 국고 환수 추진위원회', 이희규 대한민국 헌정회 미래전략특별위원회 위원장도 같은 취지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아울러 국회에서도 지난해 10월 16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추징되지 않은 약 2000억 원의 비자금을 국내외에 나눠 은닉한 정황이 있다고 제기했다.
김 여사가 차명계좌 등을 동원해 유배당 저축성보험(공제) 210억 원을 가입했고 아들 재헌 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에 2016∼2021년 147억 원을 출연했다며 비자금을 물려준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는 고발 사건에 대해 지난해 11월부터 각각의 고발인을 불러 조사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5·18기념재단은 이달 8일 "불법 자금이 후손에게 증여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법률가 등으로 구성된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비자금과 부정 축재 재산 환수위원회'를 꾸리기도 했다.
한편 재단은 부정축재 재산 환수 관련 법률 제·개정 및 재산 추적 및 환수 등의 활동을 본격화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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