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보고서…"제조업 기반·IT 인프라 바탕 AI 혁신 잠재력 갖춰"
[미디어펜=김준희 기자]미·중 경쟁에 대응하는 중국의 인공지능(AI) 혁신전략과 우리 산업의 대응방안을 제시한 보고서가 발표됐다. 

   
▲ 중국의 AI 및 바이오 융합클러스터 현황, 중국 의약품 기술거래 수출점유율./사진=산업연구원


27일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미·중 경쟁에 따른 중국의 AI 혁신전략과 우리산업의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데이터와 제조업 강국 강점을 활용해 빠르게 AI 기술을 산업화하고 확산시키면서 로봇·자율주행·헬스케어 등 응용산업 생태계를 빠르게 구축 중이다. 

중국은 AI 기술을 기존 산업에 접목해 '중국식 AI 제조생태계' 구축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는 오히려 중국이 새로운 접근 방식을 모색하는 전환점이 됐다. AI 원천기술의 독점적 우수성만이 혁신이 아니라 '저비용·접근성·빠른 산업화'가 새로운 중국식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중국은 생산가능 인구 감소와 인건비 상승 등에 대응하기 위해 제조업 분야에서 로봇 공학과 자동화 기술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2024년부터 AI 기술과 로봇 융합이 본격화되고 있다. 2025년 양회에서는 ‘임바디드 AI’가 강조됐고, 정부 업무보고에는 처음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육성 추진계획이 포함됐다.

또 딥시크 출현 이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딥시크가 오픈AI의 챗GPT 개발비 약 5%에 불과한 비용으로 챗GPT에 맞먹는 AI 모델을 개발한 것처럼 중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의 강점 또한 가성비다. 테슬라 옵티머스 가격(약 3만 달러 예상)와 비교했을 때 약 절반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로봇은 향후 중국 제2의 전기차·배터리 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자율주행 기술 로드맵을 구축했으며 2025년까지 L3급 자율주행 단계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또 중국은 느슨한 규제로 도시 20곳에서 로보 택시 운행이 가능해 수억㎞에 달하는 주행 데이터를 축적했다. 미국 웨이모 대비 4년 늦게 기술 개발을 시작한 중국의 바이두는 자율주행 상용화 단계에서 미국을 추월했다. 2024년 중국 우한에서 본격적인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한 바이두는 누적 주행거리도 웨이모를 이미 추월한 바 있다.

영상진단, 약물 연구개발, 임상 의사결정 지원, 건강관리 등 의료산업 전반에도 AI 기술이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중 경쟁이 격화됐던 2022년 5월 ‘14차 5개년 바이오경제 발전계획’을 발표하면서 바이오를 국가급 육성 산업으로 격상시키며 투자를 강화했다. 특히 방대한 바이오데이터를 기반으로 생명공학과 AI를 통합하는 전략을 수립했으며 바이오데이터 수집 및 활용, 의료용 AI 개발을 강조했다.

또 기존 바이오클러스터에 AI 클러스터를 융합하는 전략을 통해 AI 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아울러 AI를 이용해 저렴한 값에 좋은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하고 이를 글로벌 제약사에 판매하는 전략으로 글로벌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배터리, 전기차, 태양광 산업이 AI 기반 프로세스를 도입해 생산 효율성과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선례에 비춰 로봇·자율주행·헬스케어 분야 역시 AI 기술을 접목한 고품질 저비용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장할 잠재력이 상당하다. 기존의 전통산업 및 신산업의 생산성을 강화시킴과 동시에 새로운 AI 제조업이 등장하면서 중국식 AI 제조 생태계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중국연구팀장은 “우리는 제조강국이며 결국엔 AI 기술을 우리 제조업에 적용시키고 확산시켜서 우리나라 안에 산업생태계를 형성시키는 것이 AI 시대에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기반이 구축돼 있으며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AI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강점을 보유한 반도체(HBM), 로봇, 바이오 제조, 의료 분야에 AI 기술의 확산과 관련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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