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최근 청주 고인쇄박물관의 고활자가 위조품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면서 ‘증도가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강태이 국과수 연구사는 충남 부여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개최된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추계 국제학술대회에서 ‘금속활자의 법과학적 분석방법 고찰’을 주제로 지난 4월부터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문을 통해 강 연구사는 “증도가자가 직지심체요절보다 최소 100년 앞서는 금속활자 관련 유물이라는 기존 자료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돼 연구를 시작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강 연구사는 “고인쇄박물관 활자 7점과 국립중앙박물관 보유 활자 1점에 대해 표면과 외관 검사, 성분 분석, 서체 비교, 직선도 검사, 투과 금속 밀도 검사 등 비파괴 분석을 시행한 결과 고인쇄박물관 활자는 위조의 흔적이 다수 발견됐다”고 말했다.

위조품 근거에 대해 “활자에 자연적으로 생성됐다고 하기 어려운 뚜렷한 경계선이 있고 표면과 내부가 서로 다른 물질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일부 활자는 먹을 인위적으로 씌운 것으로 보이며 글자의 직선도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증도가자의 존재를 처음 주장한 남권희 경북대 교수는 국과수 연구결과에 대해 “활자 주물 방식과 고대 유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나온 결론이다”고 반박했다.

그는 “고대 청동 유물은 다른 금속과 달리 내부부터 부식되는 경향이 있고 적지 않은 금속 관련 연구자들이 활자 안에 발견되는 층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증도가자와 번각본인 증도가의 글자는 100% 일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인쇄박물관 활자는 땅속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고 먹이 묻어 있지 않은 일부 활자는 한번도 사용하지 않아 직선도가 높은 것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활자에 인위로 먹을 덧칠한 흔적에 대해 남 교수는 “먹의 탄소연대 측정 결과 고려시대 것으로 확인됐는데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 먹이 거의 없고 중국에서 그 시대의 먹을 일부러 가져와 묻혔다고 보기에도 어렵다”고 말했다.

증도가자 실체에 대해 진실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활자 출처, 파괴분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증도가자 추정 금속활자는 모두 출처가 명확하지 않고 재료 일부를 훼손하는 파괴분석은 비파괴분석보다 과학적인 기법이지만 현재가지 어떤 연구자도 실시하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경찰은 증도가자라고 주장되는 모든 활자의 입수와 보관 경위를 파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 연구사는 “비파괴분석이 정성분석이라면 파괴분석은 정확도가 더 높은 정량분이다. 파괴분석은 추후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