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이달 들어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거의 10조원 가까운 물량을 순매도하면서 ‘역대 2위’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만큼이나 수급 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코스피 시가총액 중 외국인 지분율 또한 31%대로 급감했다. 국내 증시가 본격적인 상승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수급 상황에 반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8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리 증시 ‘엑소더스’ 흐름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특히 이번 달 들어선 외인들은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서만 10조원 가까운 물량을 던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5일까지 외인들은 코스피에서 9조7938억원어치를 순매도 했다. 얼마 남지 않은 이번 달까지 외인들이 순매도세를 이어간다면 외국인은 장장 9개월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며 월간 순매도 규모로 역대 2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외국인의 코스피 월간 순매도액 역대 1위 기록은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지난 2020년 3월의 12조5550억원이다.
또한 순매도 기간으로도 역대 2위 기록이 세워지는 중이다. 외국인의 역대 최장 순매도 기간은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당시인 2007년 6월부터 2008년 4월까지의 11개월이었다.
압도적인 매도세는 자연히 외국인 지분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코스피 시가총액 기준 외국인 지분율은 작년 7월 말 35.65% 수준에서 지난 24일 기준 31.52%까지 낮아진 상태다. 이는 지난 2023년 8월30일 이후 최저치다.
외인 순매도세가 가장 두드러진 종목은 다름 아닌 대장주 삼성전자다. 작년 7월 말 이후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액은 38조9354억원 규모인데 이 중에서 24조4349억원이 삼성전자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규모 면에서도 순매도 2위인 현대차(2조888억원) 대비 약 12배에 달해 압도적이다.
증시에서 급격히 빠져나간 자금은 채권에 집중되고 있다. 현재 외국인은 국내 채권을 27개월째 순매수 중이다. 국채‧회사채 등을 모두 포함한 전체 국내 채권 잔액 대비 외국인의 보유액 비율도 10%를 넘겼다. 불경기 전망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더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주식보다 채권 쪽으로 투자심리를 열어놓고 있는 모 습이다.
당분간 이와 같은 흐름은 어쩔 수 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 증시가 이미 상당폭 조정을 받은 상황이라 추가 하락보다는 반등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라면서도 “외국인 수급이 어느 정도 개선되는 상황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고 짚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