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북에 군사원조 제공”…다음날 트럼프 “주한미군에 엄청난 비용”
북러 밀착에 김정은, 트럼프에 흥미 잃었을 것이란 관측도 나와
관건은 북미 대화, 올 하반기 대북 접촉 본격화 전망도
문제는 북미 간 ‘나쁜 거래’, 한국에 불리한 북미협상 조심해야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을 기념한 언론 인터뷰에서 주한미군과 관련해 “엄청난 비용이 들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기간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 부르며 방위비 인상을 시사한 이후 다시 나온 직접적인 언급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과 러시아가 처음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공식 인정한 것과 시기가 맞물리면서 한반도 안보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를 낳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날 북한군 파병을 공식 인정했다. 이는 지난해 체결한 북러조약의 ‘유사시 자동개입’ 조항을 현실화한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이날 “필요할 경우 북한에 군사 원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발언해 양국의 군사협력에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과 관련해 “그런 나라(한국 지칭)는 미국의 희생 위에 번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집권 1·2기 차이점에 대해 “첫 번째 임기 때는 부패한 사람들이 있어서 국가를 운영하면서 내가 생존해야 하는 두 가지 일을 해야 했다”면서 “(2기에선) 나는 국가와 세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위비 발언이 거듭될수록 주한미군의 성격이 바뀌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전문가들은 물론 정부 안팎에서도 나온다. 소위 ‘트럼프 식 계산법’에 따르면 오로지 북한 방어에만 국한된 주한미군의 성격이 미국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할 것이라는 관점에서다. 

사실 현재의 주한미군도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성격이 없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로선 향후 있을지 모를 중국의 대만 침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육군으로만 구성된 주한미군을 줄이고, 대신 일본 오키나와 미군 기지 등에 해군과 공군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을 수 있다.

   
▲ 바티칸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 참석을 마치고 26일(현지시간)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이 손을 들어보이는 제스터를 하고 있다. 2025.4.26./사진=연합뉴스 [AP]

전문가들은 이제 한국 입장에서도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방위비를 조금 더 인상하되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시키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하지만 하필 북러가 유난히 밀착한 시점에 주한미군 감축을 시도하거나 한미 간 방위비 문제로 갈등을 빚는 것은 안보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첫 번째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북러 밀착 상황을 북미 대화 분위기로 되돌릴 수 있느냐에 달렸다.
 
앞서 북러가 공조해 북한군 참전을 공식 인정하며 밀착 관계를 다시 과시한 것은 미국 견제와 협상 레버리지를 확보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있다. 그만큼 트럼프 1기와 달리 북미 대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다. 북러는 이제 피를 흘려서 서로 도운 혈맹 관계가 됐고, 이 동맹은 예상보다 오래 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러시아는 적극적으로 북한의 군사 기술 향상을 지원할 것이고, 러시아로부터 지원을 받게 된 북한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일에 예전만큼 흥미를 잃었을 수 있다. 

이런 분석은 미국에서도 나왔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시드니 사일러 선임고문은 28일 “북러 관계와 관련해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압력을 통해 북한을 신뢰할 수 있는 대화 상대로 되돌리려는 모든 전략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전쟁이 끝나고 미국의 대외 현안들이 해결의 가닥을 보이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위험성에 다시 주목하면서 빠르면 2025년 하반기 미국의 대북 접촉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동성 아산정책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트럼프로선 대미 안보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북핵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주변 정세와 변화에 따라서 어느 순간 북미 간 접촉과 협상이 전격 추진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했다.

역시 문제는 북미 간 소위 ‘나쁜 거래’가 일어나는 경우다. 북미 협상이 열린다 하더라도 한국에 불리하게 전개될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동성 연구위원은 “문제는 협상에서 북미 간 주고받기가 상호 등가적이지 못하거나 비핵화 절차의 선후가 뒤바뀌는 상황이다. 한국에게 최악의 결과는 북한의 핵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한미연합 전력을 중심으로 하는 한미동맹의 대북 억지력은 약화되거나 주한미군이 감축 또는 철수하는 경우”라고 지적했다.

한국으로선 트럼프 2기 대북정책 수립 및 추진 과정에서 우리의 안보와 국익을 지켜내기 위한 중대한 기로에 놓인 셈이다.

김동성 연구위원은 “먼저 우리의 대북정책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미국 등 관련국과 북한 비핵화 원칙 준수 및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한미 간 상호 정책 정합성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한국의 미국 경제 기여도 및 전략적 가치 재확인,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에 적극 대응 등이 필요하고 자주국방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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