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조선업계가 미국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해군성 장관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조선소를 연이어 방문하면서 양국 간 조선 협력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전망이다. MRO(유지·보수·운영) 사업을 시작으로 함정 건조까지 협력 분야가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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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오른쪽)과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 스티븐 쾰러 제독(가운데)이 거제사업장에서 정비 중인 ‘월리 쉬라’함 정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한화오션 제공 |
◆펠란 장관 방한 계기로 조선업 동맹 더욱 강화될 전망
30일 업계에 따르면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이 이날 오후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펠란 장관은 조선소의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선박 건조 역량과 기술 수준 등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방문에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도 자리를 함께할 것으로 전해졌다. 오너 일가가 직접 나서는 것은 그만큼 미국과의 조선 협력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업계 내에서는 이번 방문이 한국과 미국의 조선 협력의 본격화를 앞두고 사전 점검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미국 조선업의 재건을 위해 한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펠란 장관은 이달 23일에 조현동 주미대사를 만나 양 국가의 조선업 협력이 동맹의 소중한 자산임을 강조하고 조선 동맹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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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인 ‘월리 쉬라’호가 함정 정비를 마치고 출항하고 있다./사진=한화오션 제공 |
◆MRO 사업은 이미 시작…건조시장까지 열린다
펠란 장관의 방문을 계기로 가장 먼저 협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부문은 MRO 사업이다. MRO 사업은 이미 지난해부터 서서히 협력이 나타나고 있는데 한화오션이 미국 해군의 군수지원함과 급유함에 대해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군수지원함은 지난달 정비를 마치고 출항했으며, 급유함도 정비가 진행 중이다.
한화오션은 올해 미국 해군의 MRO 사업에서 5~6척의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군함 함정에 이어 향후에는 전투함과 항공모함으로 MRO 영역을 넓혀나간다는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선박 건조 일정이 빡빡해 MRO 사업 수주에 나서지 못했지만 올해는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 수주 목표는 2~3척으로 이미 울산조선소 내에 사업을 위한 도크도 배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에는 필리핀 수빅 조선소도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미국 해군은 연간 약 10조 원을 MRO에 사용하고 있는데 향후에는 연간 20조 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국내 조선업체들이 MRO 사업에서 수주를 꾸준히 한다면 실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MRO 사업에 이어 선박 건조 시장까지 협력 기회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현재 노후화된 조선소로 인해 선박 건조 능력이 뒤떨어진 상태다. 그러나 295척인 함정을 2045년까지 381척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함정 건조를 위해서는 동맹국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국내 조선업체들에게도 함정 건조 시장까지 진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미국에서는 그동안 법으로 자국 내에서만 해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도록 해왔는데 동맹국 조선소에서도 함정을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에 발맞춰 한화오션이 보유하고 있는 필리조선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필리조선소는 현재 연간 1~1.5척 가량 건조가 가능한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를 2배 이상 늘리도록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기업들과 협력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이달 들어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기술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또 방산 기자재 업체인 페어뱅크스 모스 디펜스와도 함정 공급망 협력 MOU를 체결하면서 함정 건조 시장을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펠란 장관이 직접 우리나라 조선소를 찾는 것은 사업 확대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미국이 조선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기대할 수 있는 국가는 사실상 한국과 일본뿐인 만큼 향후 사업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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