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의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의 관세 협상과 관련해 “이들 국가 정부는 선거 전 협상을 마무리하길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한국의 6.3 대선과 일본의 7월 참의원 선거로 한일 양국과의 협상이 늦어질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밝히면서 한국과의 관세 협의와 관련해 "협상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가 임박한 상황에서 베선트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한국의 대선판에 논란의 불씨를 던졌다.
소위 ‘한덕수 대망론’을 견제해온 더불어민주당이 즉각 비판에 나섰고, 정부는 부랴부랴 해명을 내놓아야 했다.
특히 베선트 장관은 “(한국이) 선거 전에 무역 협상의 기본 틀을 마련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난 뒤 선거운동을 하려는 의지가 더 강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는 발언까지 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대선을 앞둔 협상 상대 국가의 상황을 고려할 때 자칫 적절하지 않은 외교적 발언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협상 진행과 관련해 어떤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베선트 장관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함께 지난 24일 워싱턴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한미 2+2 통상 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발언은 지난 협의에 대한 미국의 속내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취임 100일을 앞두고 역대 최저의 지지율을 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선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관세 협상을 조기에 마무리 짓고 성과를 내고 싶어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협상이 오래 걸리면 그냥 관세를 정하겠다”며 세계 각국을 향한 압박 공세를 그치지 않고 있다.
이를 볼 때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트럼프의 조급한 속내를 대신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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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에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재무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Trade Consultation)'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 산업부 장관, 최 부총리,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2025.4.2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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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가에선 일단 한미 2+2 협의에서 한국 측이 제시한 협상안에 대해 미국 측이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이번 협상을 미국 측에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한국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한국의 정치 상황은 고려 대상이 아니고, 한국은 일본과 함께 서둘러 관세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는 우선 대상국으로 간주한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현재 정부는 6월 3일 대통령 선거 이후 차기 정부가 미국과 무역 협상을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하는 ‘7월 패키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부총리는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미국 재부부에 발언 배경을 요청해 놓았다”면서 “(베선트 장관 발언에 대해) 국내용으로 얘기했구나라고 이해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경제통이자 외교·통상 경험이 풍부한 한덕수 권한대행이 관세 협상의 성과를 내세워 대선 출마의 포석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민주당의 의심은 쉽사리 불식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권한 없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재차 비판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30일 서면 브리핑에서 “파면된 정부가 벌인 권한 없는 협상과 국익 포기에 물을 수 있는 모든 책임을 묻겠다”며 “한 권한대행이 미국과 관세 협상을 본인 성과로 포장해 대선 출마의 발판으로 삼으려고 국익을 갖다 바치려고 한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와 산자부는 이날 합동 설명자료를 내고 “대선 전에 미국과 협상의 틀을 마무리 짓고, 그 다음 선거운동을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하거나 논의한 바가 없다”면서 “오히려 미국에 한국의 정치 상황, 국회와의 소통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두르지 않고 절차에 따라 협의를 진행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해명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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