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유휴 대역 108MHz 사용권 놓고...

/ 칼럼

흑백 TV에서 칼라 TV의 전환이 방송의 1차 혁명,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전환이 방송의 2차 혁명이라고 한다. 밭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정착생활을 시작한 신석기 혁명, 대량 생산을 통해서 농업에서 공장으로 경제중심축이 이동한 산업 혁명의 역사적 분수령처럼 디지털 전환의 의의는 깊다고 한다. 가히 혁명적 사건이라는 뜻이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시대를 맞이했다고 한다. 방송(放送)은 한자 의미로 보더라도 보내는 것이다. 반면, 통신(通信)은 주고받는 것이다. 트래픽 증가라고 하는 것이 사실은 교통량 체증을 의미한다. 방송은 일방통행이고, 통신은 쌍방향 통행이다. 방송과 통신이 융합됐다고 하는 것은 방송의 통신적 혁명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통신의 방송적 혁명도 포함된다.

일방통행에 불과한 방송이 왜 정보의 중심축일까 그것은 정보의 품격과 질적인 측면이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通信)은 서로 주고받는 것인데, 전화통화를 넘어서 정보를 주고받고, 동영상을 주고받고, 메신저를 주고받는 것도 통신의 영역이다.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를 비롯해 상당수 인기 동영상은 지상파 TV에서 생산한 정보가 대부분이다.

방송의 통신화 정책은 방송 프로그램이 일방통행의 수동적 역할을 탈피해서 시청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통신적 측면이 덧입혀지는 것이다. 향후 손바닥으로 TV를 자유롭게 시청하면서, 도중에 시청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신적 측면이 확대되는 것을 뜻한다. 어떠한 방향으로 진화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통신적으로 방송이 진화하지 못한다면 통신적 방송에 밀려날 수도 있다.

통신적 방송은 통신이 주도권을 잡고, 방송을 이용하는 것이다. 방송은 미리 제작된 1차 생산품이므로 통신적인 측면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과정에 시청자가 참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 통신은 카카오톡을 비롯해 2사람이 주고받는 음성통화, 영상촬영을 곧바로 전송하는 기능, 사진 전송 등등 통신적 측면의 방송이 형성된다.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방송과 통신이 서로 섞이면서 탄생한 방송통신위원회가 근래에 108M번뇌에 빠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디지털 혁명이 2013년 1월 1일 시작하게 되는데, 분명 디지털 혁명은 방송사를 중심축으로 한 혁명적 사건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내부를 뜯고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700MHz 대역 때문이다.

아날로그 방송이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되면서 주파수 대역은 좁아지면서 700MHz(108MHz )가 남게 된다. 그런데, 이 700MHz 사용처가 통신용으로 이미 40MHz가 할당되었다. 지상파 방송사는 현재 HD급 디지털 방송은 가능하지만, 3D 방송을 위해서는 54MHz 정도의 여유 주파수가 필요한데, 이 부분이 제공되지 않으면 3D 방송을 실현할 주파수 대역이 없다고 주장한다.

더 큰 문제는 UHD에 있다. 이미 일본이 세계적 표준을 마련하려고 방송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분야가 UHD이다. 얼마전 KBS 추노가 4K급 UHD로 촬영됐지만, 디지털 방송으로 내보낼 때는 HD급 낮은 화질로 변환해서 보냈다고 한다. 송출 주파수가 없기 때문이다. 4K는 HD의 4배, 8K는 HD의 16배 선명한 수준이다. 3D가 물체의 입체가 아니라, 원근법에 의한 공간적 입체라면, 8K는 물체 자체가 실물처럼 선명하게 보여서 ‘물체의 3D 효과’를 보여준다고 한다.

그러나, 향후 UHD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700MHz 대역이 방송용으로 전혀 남아있지 않다면, 지상파 방송사는 UHD 영상을 송출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위성을 통해서 수신을 해야만 하는 황당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게 된다. HD에 비해 더 많은 방송 재원을 활용해야 제작이 가능한 8K가 상용화될 수 있는 주파수가 없다면, 결국 지상파는 UHD 공급에 투자를 하지 않게 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더 강하게’ 정책으로 UHD를 더 압축하면 현재 주파수 영역대에서도 UHD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만약에 108MHz를 모두 통신용으로 할당하고, 이후 더 강한 압축기술이 5년 동안 발명되지 못한다면, 지상파의 4K 방송 시장은 세계화 시장에서 상당히 떨어지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아직 개발되지도 않는 압축기술을 동원해서 HUD도 HD 주파수 대역에서 가능하다는 논리를 근거로 108MHz를 통신용으로 모두 할당하는 것은 너무 섣부른 통신용 방송정책은 아닐까

마치, 한글협회가 한글의 민족적 우위성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한자를 말살한지 40년이상 지난 지금에 결국 한글 스스로 의미상실로서 고립된 지경에 이르렀듯이, 통신도 결국 방송 콘텐츠의 뿌리를 기반으로 통신시장이 펼쳐지는 것인데, 방송을 압축하면서 통신을 펼치는 것이 결국에 통신을 압축시키는 반작용 효과는 오게 되지는 않을지, 방송통신정책자들의 108번뇌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