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손 두발 들고 속수무책인 방통위

결국, KT와 삼성전자의 주파수 전쟁이 터졌다. 망중립성 논의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지난해부터 논의되고 있지만, 사업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데 있어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적 성과가 실효성이 없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케이블협회와 지상파 사이에서 재송신 문제가 불거지면서, 케이블 가입자들이 지상파 방송을 못 보는 국가적 대란이 일어난 이후 근본적 대책이 마련되지 못한 속에서 KT와 삼성전자의 주파수 전쟁이 터진 것이다.

삼성전자와 KT가 '인터넷 망 사용료'를 놓고 전쟁을 시작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마땅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실무자들의 능력이 새롭게 검증받을 시점이 온 것으로 보여진다.
▲삼성전자와 KT가 '인터넷 망 사용료'를 놓고 전쟁을 시작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마땅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실무자들의 능력이 새롭게 검증받을 시점이 온 것으로 보여진다.

게다가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사와 통신사의 700MHz대역 주파수 전쟁도 끝나지 않고 있어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체성과 그 역할’이 한동안 논란에 오를 것으로 보여진다.

10일 9시를 기점으로 KT는 삼성전자 스마트 TV의 애플리케이션 접속 차단을 실행했다. 삼성전자가 KT의 인터넷 망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 KT와 방송통신위원회의 해석이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방송통신위원회의 주장은 원론적인 입장에 불과해 향후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여진다.

◆KT입장...삼성전자는 공짜로 사용중

KT의 입장은 ‘인터넷 이용자 보호 및 시장 질서 회복’이다. ‘블랙아웃’ 개념으로 KT는 이번 스마트TV 접속 제한을 설명했다. 스마트 TV 동영상은 평상시 IPTV 대비 5~15배, 실시간 방송 중계시 수백배 이상의 트래픽을 유발하고, 인터넷 가입자망 무단사용이 현재와 같은 속도로 확대되면 곧 통신망 블랙 아웃이 유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KT는 “대용량 트래픽으로 네트워크가 흔들릴 경우 가장 피해를 보는 계층은 대다수의 일반 인터넷 이용자다. KT 데이터에 의하면, 대용량 서비스가 네트워크를 독점할 경우 인터넷 이용자의 인터넷 속도는 최대 264배나 더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KT 및 이동통신사와 스마트TV 사업자간 이용료와 관련해 협의가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댓가지불이 전혀 없는 것이다. 방송사와 케이블협회가 재송신 문제와 비교해본다면, 공통점은 통신사는 방송사에 해당하고 스마트TV는 케이블협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차이점은 통신사가 스마트TV의 인터넷 망 사용을 중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사와 케이블협회의 싸움은 ‘망 사용’이 아니고 컨텐츠 사용료 싸움이고, 이동통신사와 스마트TV사업자간 싸움은 ‘인터넷 망 사용권’에 대한 것이다.

◆방통위, 이용자 사용권 침해로 법적 조치

방송통신위원회는 “만약 KT가 접속차단 행위를 시행할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자 이익 침해 등 KT의 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법 위반으로 판단될 경우 시정명령, 사업정지 등 법이 허용하는 모든 조치수단을 검토하여 즉각적이고 엄중한 제재조치를 취할 계획이다”고 발표했다. 즉, 망중립성 차원에서 KT보다는 삼성전자측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양측의 사용료 지급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가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KT측만을 압박하는 것도 근본적 해결책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게다가 방송통신위원회측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KT가 제시한 스마트 TV의 트래픽 증가 용량은 단지 추측에 불과한 자료다. 검증된 데이터가 아닌데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만 설명하고 있다. 방송사와 케이블협회(재송신), 통신사와 제조사(망중립성), 방송사와 통신사(700MHz 사용권)의 싸움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근본 대책을 전혀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무자들의 능력이 새롭게 검증받아야할 시점이 온 것으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