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최근 달러 환율이 상승으로 인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각각 수혜와 부담의 편차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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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 4공장 배양기를 점검하고 있다./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환율 상승으로 인해 업체별 수혜와 리스크가 각각 다르게 영향을 주고 있다. 고환율 수혜로 이익을 얻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원료의약품 수입과 마일스톤 수령에 부담이 커지는 등 다른 반응으로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평균 1440원대를 오르내리다가 5일 기준 1401원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여전히 지난해 평균 1300원대보다 10% 이상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가장 큰 구조적 약점은 원료의약품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꼽힌다.
식품의약품통계연보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원료의약품 수입 규모는 21억9904만 달러(약 3조2000억 원)로 전체 수입 비중이 75%에 달한다. 의약품 전체 수입액도 51억7000만 달러(약 7조4000억 원)에 이른다.
대부분의 제약바이오 업게에서는 거래가 달러로 이뤄져 환율이 오를수록 원자재 단가가 상승하고 이로 인한 제조원가 부담이 커진다.
해외 임상시험에 드는 비용 역시 고환율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글로벌 신약개발을 위해 국내 기업들은 다국가 임상시험을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해당 과정에서 글로벌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 지불하는 비용 역시 대부분 달러로 결제된다.
지난해 기준 전체 임상시험계획 승인 건수 747건 중 50%에 달하는 376건이 다국가 임상시험이었다. 환율이 오르면 임상비용이 동반 상승해 신약개발을 추진하는 바이오기업들의 R&D(연구개발)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바이오기업들은 고환율로 인해 자금조달과 경영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이처럼 고환율은 수입 원자재 및 임상비용 상승으로 국내 바이오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일부 수출 비중이 높은 바이오기업들은 환율 상승시 실적 개선의 수혜를 볼 수 있다.
매출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받아 환율이 오르면 같은 달러 매출이 원화로 환산될 때 이익이 커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이 1129억 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셀트리온 역시 달러 강세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바이오시밀러와 위탁개발생산(CDMO)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일부 기업은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원가 상승과 R&D 비용 증가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바이오협회도 “수출 주도형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바이오기업이 고환율로 인한 비용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불안,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 지정학적 리스크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바이오기업들의 재무적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2025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많은 기업이 R&D 투자를 2024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답해 투자 확대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바이오·의료 분야 신규 투자액은 8844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1% 감소했다. 이는 고환율과 투자심리 위축이 맞물린 결과로 신약개발 등 혁신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바이오업계는 정국이 하루빨리 안정돼 환율이 정상화되길 기대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환율이 안정되면 산업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며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바이오 산업 지원 정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환율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 차원의 노력과 함께 정부의 긴급 운영자금 지원, 통화스와프 등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업계관계자는 "고환율은 국내 바이오기업에 있어 수익성 악화, R&D 비용 증가, 투자 위축 등 복합적 부담을 안기는 구조적 리스크"라며 "단기적으로는 환율 안정과 자금조달 환경 개선, 중장기적으로는 원료의약품 국산화와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가 해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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