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 명문 클럽 바이에른 뮌헨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리그 우승을 차지해 잔치판을 벌이면서 김민재 관련 쓸데 없는 논란을 일으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른바 '김민재 패싱' 논란이다.
뮌헨은 지난 5일(한국시간) 2024-2025시즌 분데스리가 우승을 조기 확정지었다. 2위로 선두 뮌헨을 추격하던 레버쿠젠이 이날 프라이부르크와 2-2로 비겼기 때문이다. 뮌헨(승점 76)과 레버쿠젠(승점 68)은 두 경기씩 남겨두고 승점 8점 차여서 역전 가능성이 사라짐에 따라 뮌헨의 우승이 확정됐다.
뮌헨 입단 두 시즌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리게 된 김민재를 비롯해 뮌헨 선수들은 파티를 갖고 우승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 뮌헨 구단도 공식 계정을 통해 한 시즌 걸러 다시 리그 챔피언이 된 것을 자축하며 다양한 게시물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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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뮌헨의 우승 자축 유튜브 영상 섬네일에 김민재를 제외했다가(위) 논란이 거세지자, 김민재 포함 선수단 전체가 등장하는 섬네일로 변경했다(아래). /사진=바이에른 뮌헨 유튜브 캡처 |
그런데, 뮌헨 구단이 납득하기 힘든 일을 벌였다. 우승 축하 영상을 구단 공식 유튜브에 올리면서 섬네일에 핵심 선수들을 내세웠는데, 김민재를 제외시킨 것이다. 이 섬네일에는 뱅상 콩파니 감독과 10명의 선수가 포함됐다. 팀의 시즌 베스트11으로 꼽힐 만한 선수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김민재가 빠진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김민재는 시즌 내내 뮌헨의 중앙 수비를 책임진 핵심 수비수였다. 아킬레스건 부상이 계속되는데도 팀 사정상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출전을 강행해왔다. 후반기에 다소 기복있는 플레이로 결정적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뮌헨의 우승으로 향하는 길에 폐를 끼친 정도는 아니었다. 김민재의 투지와 팀을 위한 헌신을 앞장서 칭찬해야 할 뮌헨 구단이 김민재를 패싱한 데 대해 팬들이 들고 일어났다.
팬들은 댓글을 통해 김민재 푸대접이 도를 넘었다거나, 명백한 '인종차별' 아니냐는 비난까지 쏟아냈다.
여론의 질책이 쏟아지자 뮌헨 구단이 수습에 나섰다. 우선 유튜브 섬네일을 선수단 전체가 등장하는 포스터로 교체했다.
이어 구단 SNS에 '김민재 만을 위한' 게시물을 따로 올렸다. 사또가 행차할 때 타는 것처럼 보이는 가마에 올라탄 김민재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는 모습이 담긴 포스터였다.
여기에 뮌헨 구단은 한글로 "민재의 첫 분데스리가 우승,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분데스리가 27경기, 2289분의 열정과 헌신은 올 시즌 바이에른 뮌헨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라고 김민재를 추켜세우는 멘트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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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뮌헨 구단이 '김민재 패싱' 논란으로 비판 받자 뒤늦게 올린 김민재 축하 게시물. /사진=바이에른 뮌헨 SNS |
뮌헨 구단이 여론을 반영해 뒤늦게나마 수습에 나선 노력은 가상해 보였다. 하지만 이 게시물을 올리면서 또 실수를 했다. "커리어 첫 분데스리가 우승이자, 한국 선수로서 처음 이룬 역사적인 기록,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는 글을 덧붙여 놓았다.
이는 틀린 내용이었다. 김민재 이전 정우영(우니온 베를린)이 지난 2018-19시즌 뮌헨 우승 당시 소속 선수였다. '한국 선수로서 처음 이룬 역사적인 기록'은 김민재가 아닌 정우영인 것을 뮌헨 구단이 몰랐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이에 대해 팬들이 또 잘못을 지적하며 비판을 가하자 뮌헨 구단은 서둘러 해당 문구를 '바이에른 뮌헨 선수로서 들어올린 첫 트로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로 수정했다.
뮌헨이 유독 김민재와 관련해 실수인지 무시인지 모를 행태를 연속해서 저질러 비판을 자초하면서 우승 잔치 분위기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었다. 김민재 관련 게시물을 보면 '행차 뒤에 나팔'이라는 속담이 저절로 떠오르며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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