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한달 앞두고 컨트롤타워 부재…국내외 불확실성 '급증'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움직임 및 사퇴로 인해 사상 초유의 ‘경제 공백’ 사태가 대한민국을 덮쳤다. 대선까지 한 달여의 시간이 남아 정치 상황이 급진전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실을 뜯어보면 실상은 판이하게 돌아가고 있다. 정치·경제·외교 수장이 전부 공백인 상태에서 맞이하는 이 한 달은 대한민국 경제에 불가역적인 타격을 남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정치 불확실성이 우리한테 좋을 리가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말이다. 그는 지난 5일(현지시각)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차 방문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동행기자단과 만나 최근의 정치‧경제 사령탑 공백 상황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그는 또한 "바깥에서 볼 때는 우리가 선진국인데 저런 일(정치적 격변 상황)이 벌어지면 안 되고, 질문을 많이 받고 해명해야 하니 참 곤혹스러웠다"며 나라 밖에서 바라보는 대한민국에 대한 실제 관점이 어떠한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내 보였다.

6월 3일 대선까지 ‘너무 긴 한달’

실제로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은 가히 건국 이래 가장 혼란스럽다고 말해도 딱히 이견을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돼 있다. 작년 12월 3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나라 전체를 둘러싼 극심한 난맥상이 여기저기서 한꺼번에 튀어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윤 대통령 탄핵과 6월 3일 대선을 확정지은 상태지만, 여야 유력 대선 후보를 둘러싼 잡음은 계속되고 있다. 현시점 대한민국의 근본적 위기를 ‘리더십 부재’에서 먼저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지율 1위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는 한편, 그에 맞서는 국민의힘 주변의 대선 후보 간의 알력 다툼에도 좀처럼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 여야 갈등과 각 정당 지지자들 간이 갈등도 점차 심화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사회갈등이 이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초반 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지금은 멀쩡한 국가 리더십이 존재하고 있다 해도 적절한 대응이 쉽지 않은 위기 국면이다./사진=도널드 트럼프 인스타그램


문제는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국제 정세는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초반 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지금은 멀쩡한 국가 리더십이 존재하고 있다 해도 적절한 대응이 쉽지 않은 위기 국면이다. 심지어 미국과의 오랜 동맹이었던 일본이나 캐나다 총리마저도 과거와는 판이하게 돌아가는 대미 관계에 대응하기 위해 진땀을 빼고 있다.

전대미문의 국가 리더십 부재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떠안는 ‘대대대행’ 체제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 한국경제의 상황은 풍전등화 그 자체다. 당장 5월 초 석가탄신일 연휴 간에도 대만달러 가치의 급격한 상승 등 쉽사리 대응하기 힘든 불확실성 재료들이 실시간으로 전개됐다. 

불확실성 급증…이창용 “기업들 무슨 투자 할 수 있었겠나”

어쩔 수 없이 향후 한 달간은 현재의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다수 전문가들은 한·미 협상에 대한 전략 부재를 가장 절박한 문제로 꼽는다. 오는 7월 9일경 미국의 관세 유예가 끝나지만, 한국의 경우 내달 3일 대선이 치러져야만 협상 주체가 확정되기 때문이다. 

이미 4월의 수출입 동향에서는 심상찮은 지표가 관찰되고 있다. 드러난 수치만 놓고 보면 한국의 4월 수출은 전년 대비 3.7% 증가하면서 소위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단,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코 안심할 수는 없게 된다.

김형균 하나증권 연구원은 7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대외 환경의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 수출이 증가세를 이어갔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라면서도 “미국의 관세 부과 여파가 본격화되면서 대미 수출이 감소 전환했고, 최근까지 높은 경쟁력을 확보했던 컴퓨터 수출의 감소 전환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김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수출 경기는 여전히 하방 압력이 우세하다고 판단한다”며 “상호관세가 90일간 유예된 점은 다행이지만 보편관세 10%와 철강 및 자동차 관세 25%가 한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추가적인 품목별 관세 부과 가능성도 국내 수출의 하방 위험을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지난달 22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1.0%로 대폭 하향조정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사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 둔화는 더 이상 새로운 뉴스도 아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4일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전 분기 대비 0.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한은이 지난 2월 내놓은 전망치 0.2%보다 0.4%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2024년 2분기 이후 3분기 만이다.

향후 경제성장 전망치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지난달 22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1.0%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 역시 기존 1.3%를 1.0%로 낮춰잡았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0.7%)를 비롯해 씨티그룹(0.8%), JP모건(0.7%) 등은 이미 0%대의 예상치를 내놓은 상태다.

당분간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에서 불확실성에 직면해야 하는 한국의 상황은 자연히 기업들의 투자계획 수립에도 악영향을 준다. 이창용 총재는 기자들에게 “기업들이 지난 6개월간 국내에 어떤 투자를 결정했을 것 같냐”고 반문하면서 “국내 소비와 기업 투자가 엄청나게 영향받고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