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범 “트럼프가 전쟁 중재하면 푸틴, 북미 간 중재 나설 가능성”
8일 중러 정상회담 뒤 공동회견…러, 아시아에서 영향력 유지할 듯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참석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9일 러시아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김 위원장이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6일 타스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보좌관은 브리핑에서 전승절 기념행사에 북한대표로 대사급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김 위원장의 전승절 참석 계기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지만 김 위원장을 비롯해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전승절에 참석하지 않을 전망이다. 또 북한군의 전승절 열병식 참여 여부도 주목받았지만 이번에 북한이 해당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우샤코프 보좌관이 확인했다.

다만 크렘린궁은 “조만간 알게 될 또 다른 ‘흥미로운 만남’이 있을 것”이라며 별도의 북러 접촉 가능성을 예고했다.

크렘린궁은 열병식에 중국, 브라질 등 29개국 정상이 참석하고, 중국, 베트남, 미얀마 등 13개국 군의 부대가 붉은광장에서 행진한다고 전했다. 또 미국과 이스라엘을 포함한 외국 참전용사들도 열병식에 참석하며, 러시아 주재 외교공관 대표가 열병식에 초청받았다고 덧붙였다.

   
▲ 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 인근에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 80주년을 맞아 설치된 '승리'(포베다) 깃발 장식들. 2025.5.7./사진=연합뉴스

앞서 지난달 28일 북한과 러시아가 동시에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쟁 파병을 공식 발표하면서 김정은의 전승절 계기 러시아 방문이 급부상했다. 김정은이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한다면 북한군이 열병식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김정은이 다자외교 경험이 없고, 평양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항공편이 없는데다 현재 껄끄러운 북중 관계를 감안할 때 여의치 않다는 관측도 있었다. 김정은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중국에서 비행기를 빌려 타고 갔다. 또 2019년 2월 29일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땐 왕복 128시간동안 기차를 탔다.  

크렘린궁이 예고한 ‘조만간 흥미로운 만남’은 북한과 관련한 대목에서 언급된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이 5월 전승절은 넘기더라도 9월 동방포럼을 앞두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휴전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재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고, 이후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 만남을 중재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평양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만나고 있다. 당시 두 정상은 상호 참전을 약속하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2024.6.19./사진=연합뉴스

조 석좌연구위원은 “푸틴으로선 이번 전쟁으로 유럽국가와 어려워진 관계를 풀기 위해 공을 들이기보다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고 이를 위해선 미국과 대화해야 한다. 또 김정은 입장에서도 북미 관계 개선은 여전히 필요하다”면서 “동방포럼 계기 푸틴이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을 때 김정은과 만나서 북미, 미러 관계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러시아 전승절 계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러 정상회담을 연다. 크렘린궁은 중러 정상이 공식 회담에 이어 공동성명 채택, 기자회견을 갖고, 일대일 대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문제와 러시아와 미국 관계 등을 논의한다고 설명했다.

또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프로젝트를 비롯한 에너지 분야 협력도 논의할 예정이다. 크렘린궁은 이번 중러 정상회담이 1월 화상회담, 2월 전화통화에 이어 올해 들어 세 번째이며, 푸틴 대통령은 오는 8월 말~9월 초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중국과 함께 브릭스(BRICS)의 큰 축을 담당하는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유럽연합(EU)의 반발에도 열병식 참석을 강행한 로베르토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와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총리와 회담한다. 인도의 경우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대신해 고위급 대표가 열병식에 참석한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