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힘이 8일 후보 단일화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김 후보가 당무우선권을 발동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단일화를 둘러싼 강대강 대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명 빅텐트를 구축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맞서겠다는 국민의힘의 대선 전략 또한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것으로 평가된다.
김 후보와 한 후보는 전날 대선 후보 단일화를 위해 협상에 나섰으나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했다. 두 후보는 전날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만나 1시간 20여분 동안 회동했으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협상은 결렬됐다.
한 후보는 김 후보와 회동에서 국민의힘 현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단일화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한 후보는 대선 후보 등록일인 오는 11일 전까지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배수진도 쳤다.
반면 김 후보는 자신이 대선후보로 선출된 만큼 단일화 주도권은 당 지도부가 아닌 본인에게 있다는 점을 피력했다. 또 김 후보는 한 후보가 경선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대선 후보로서 ‘정당성’ 문제를 제기해 단일화 협상에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
|
 |
|
▲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문수 당 대선 후보의 단일화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본 뒤 비상대책위 회의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5.5.8/사진=연합뉴스
|
국민의힘은 두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사실상 결렬되자 전날 심야 의원총회, 비상대책위원회의, 선거관리위원회를 순차적으로 개최하고 ‘단일화 로드맵’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6시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두 후보의 양자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오후 7시부터 9일 오후 4시까지 여론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11일 대통령 선거 최종 후보자 지명을 위한 전국위원회를 개최해 단일화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여론조사는 대선 경선과 동일하게 당원투표 50%, 국민여론조사 50% 비율이 반영된다. 국민여론조사에는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 참여하는 역선택 방지 조항도 적용된다.
국민의힘은 단일화를 강행한 근거로 전날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단일화 필요성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지난 7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12시간 진행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2.82%(21만 2477명)가 두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중 응답자 86.7%(18만 2256명)는 후보 등록일인 11일 이전에 단일화가 마무리돼야 한다고 답했다.
지도부가 후보 단일화를 강행하는 것은 김 후보의 지위를 찬탈하는 것이 아니라 당원의 명령이라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에 김 후보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 후보는 이날 대선 캠프가 위치한 대하빌딩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식의 강압적 단일화는 아무런 감동도 서사도 없다. 단일화는 시너지가 있어야 하는데, 시너지와 검증을 위해 일주일 간 각 후보들은 선거운동을 하고 다음주 수요일에 방송토론, 목요일과 금요일에 여론조사를 해 단일화를 하자”고 주장했다. 사실상 11일 전 단일화에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당헌 제74조에 규정된 당무우선권을 거듭 강조했다. 김 후보는 “당무우선권을 발동한다. 현시점부터 당 지도부는 강압적 단일화 요구를 중단하고, 이재명의 민주당과 싸움의 전선으로 나가자”면서 이날 계획된 양자 토론에도 참여하지 않겠고 밝혔다.
김 후보가 단일화 일정에 공개 반발하자 한 후보와 당 지도부 또한 강대강 충돌을 예고했다.
한 후보는 이날 오전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가)단일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미래를 걱정하는 분들에게 큰 결례이다”고 직격했다.
이어 “어제 김 후보는 (단일화에 대한) 아무런 대안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 김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가 되면 즉각 한덕수 후보와 단일화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약속한 것처럼 그 약속을 지키라고 이야기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후 4시 김 후보와 2차 단일화 협상에서 담판을 짓겠다고 역설했다.
지도부 또한 일제히 김 후보에게 ‘맹폭’을 가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이틀 안에 반드시 단일화를 성사시켜 반전의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 토론이 성사되지 못한다 해도 여론조사는 예정대로 실시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결정에 따른 모든 책임은 비상대책위원장인 제가 짊어지겠다”며 김 후보의 반발에도 단일화를 강행하겠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 후보를 향해 “당원의 명령을 무시한 채 알량한 대선 후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권 원내대표는 "책임당원 여론조사에서 82.8%의 당원이 단일화가 필요하다가 응답해 주셨고 86.7%가 당장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면서 “공적 의식 없이 단순히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당원의 명령을 거부하는 건 옳지 못한 태도이다”라고 날을 세웠다.
한편 김 후보와 한 후보는 이날 오후 4시 단일화를 위한 재협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두 후보 간 단일화 시점에 대한 간극이 큰 탓에 유의미한 성과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더불어 김 후보 측이 전날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최 중단’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하고 법적 대응에 나선 만큼, 단일화의 키를 쥐고 있는 김 후보가 법원의 결정 전 단일화에 적극 임할 가능성도 희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