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시점 놓고 도돌이표 언쟁…김 “전례 없는 일” vs 한 “당장 하자”
당심·민심 50% 후보 적합도 여조 단행…11일 전국위서 후보 교체될 수도
[미디어펜=최인혁 기자]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8일 재차 평행선을 달렸다. 두 후보는 전날에 이어 이날 가진 2차 단일화 협상에서도 ‘시점’에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빈손으로 회동을 마무리했다.

두 후보는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국회 사랑재 인근 카페에서 2차 단일화 협상에 임했다. 협상은 김 후보 측 요청에 따라 생중계 양자 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협상장에는 두 후보 지지자들이 모여 협상 전부터 뜨거운 신경전을 펼쳤다. 특히 김 후보 지지자들이 한 후보를 향해 맹목적인 비난을 쏟거나, 단일화를 재촉하는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 ‘쌍권(권영세·권성동) 사퇴하라’고 외치며 불만을 강하게 표출했다.

지지자들간 신경전 속 진행된 회동은 약 1시간 만에 결렬됐다. 두 후보가 단일화 시기를 대선 후보 등록일인 11일 이전이냐 이후냐를 두고 타협점을 찾지 못해 더 이상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한 후보는 이날 협상에서 김 후보가 후보 등록일 이후인 12일부터 단일화를 하겠다고 밝힌 것을 지적하며 김 후보를 강하게 압박했다.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회동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2025.5.8/사진=연합뉴스

한 후보는 김 후보가 대선 경선 과정에서 ‘한 후보와 단일화를 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 왔던 점을 언급하며 국민과 당원에게 한 약속을 지키라고 비판했다.

한 후보는 “한두 번도 아니고 22번이나 (단일화를) 말씀하셨는데, 김 후보가 그냥 했을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저는 당에서 단일화 방식을 정하는 데로 다 받겠다. (단일화를) 일주일 뒤에 하자는 것은 하지 말자는 이야기와 똑같다고 본다. 당장 오늘 저녁, 내일 아침에라도 단일화를 하자. 왜 못하나”라며 즉각적인 단일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한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았고, 경선에도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사실상 11일 이전 단일화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김 후보는 “한 후보께서 출마를 결심했다면, 당연히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안 들어오시고 밖에 계시나”며 한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서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또 김 후보는 한 후보와의 형평성 문제도 거론했다. 김 후보는 자신이 경선을 통해 선출된 대선 후보임을 강조하면서 “저만이 아니라 많은 (경선)후보들이 돈을 내고 많은 과정을 거쳤다. 한 후보는 어디서 오셔가지고 (저에게) 빨리 단일화를 하자고 하시나. 또 약속했으니 당신이 책임이 있지 않느냐는 말을 하시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한 후보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에 제동을 걸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 문제에 대응하느라 출마 선언이 늦어진 것이라며 해당 문제를 국익 차원에서 양해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는 김 후보와 단일화를 이룬 다음 즉각 국민의힘에 입당하거나, 단일화 과정에서 김 후보에게 패배할 경우 물심양면으로 김 후보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며 거듭 단일화에 응해줄 것을 설득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가 무소속 후보와 후보 교체를 위한 목적으로 원샷 단일화를 하는 것은 정당의 당헌, 당규는 물론 선거관리 규칙에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12일 이후부터 단일화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민의힘은 두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재차 결렬됨에 따라 강제로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7시부터 김 후보와 한 후보 중 누가 더 대선 후보로 적합한지를 묻는 여론조사를 강행했다. 

여론조사는 대선 경선과 같이 당심과 민심이 각각 50% 반영되며, 일반국민 여론조사의 경우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을 대상으로만 조사가 이뤄진다. 

여론조사는 오는 9일 오후 4시까지 마감된다. 국민의힘은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오는 11일 전국위원회에서 최종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를 결정할 것으로 여겨진다.

앞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두 후보의 단일화 협상 전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단일화 협의가 결렬된다면 여론조사는 계속해서 진행하고, 11일까지 단일화를 이뤄내기 위해 필요하다면 결단도 할 수 있다”면서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후보를 교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일방적으로 후보 교체를 추진할 경우 법적 다툼의 여지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 측이 전날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최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한 바 있기 때문이다.

또 김 후보는 자신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대선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가 진행되는 것에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 후보는 당헌 74조에 명시된 당무우선권이 대선 후보인 본인에게 있음을 강조하면서 “국민의힘의 공식 후보가 저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저는 여론조사가 진행되는 것에 명백히 반대한다. 이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교체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여론조사가 강행되는 것은 당에 해로운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여러 해당 행위가 있지만 당 공식 후보를 해치는 것도 전부 다 엄중하게 문책하겠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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