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열기를 띄던 서울 도시정비사업도 건설경기 불황과 맞물려 이원화 양상을 띄고 있다.
한강변 등 핵심 지역은 건설사들의 수주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지만 그 외 대부분 지역은 유찰과 수의계약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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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구정2구역 재건축 투시도./사진=서울시 |
서울 여느 지역은 물론 강남권 등 입지가 좋은 곳에서도 유찰과 수의계약 분위기가 지배적이어서 건설사들의 선별수주가 강화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 2구역' 재건축 조합은 다음 달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낼 계획이다.
지난 1982년 현대건설이 준공한 신현대아파트를 재건축하는 해당 사업으로, 추정 공사비가 2조4000억 원인 초대형 사업이다. 이 곳에서 수주권을 따내면 나머지 압구정 5개 구역 수주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압구정 2구역에 도전장을 내민 곳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다. 두 회사는 입찰 공고 전부터 현장에 전초기지를 마련하고 조합원과 접점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 1월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맞붙은 적이 있어 이번에 서울 대형 도시정비사업 2차전의 성격을 띈다.
'용산 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 사업도 불꽃튀는 맞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포스코이앤씨가 맞붙은 해당 사업지의 공사비는 1조 원 규모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기존에 수주한 용산역 전면 공원의 지하공간과 철도벼원 부지 개발 사업을 연계해 정비창 전면 1구역을 용산역과 직접 연결하겠다고 했다.
포스코이앤씨는 펜트하우스와 대형 주택형을 중심으로 한 고급화 설계를 내세워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차이점을 강조했다.
서울 한강뷰 핵심 사업지에서 둘도 없는 수주전이 펼쳐지고 있지만 그 외 사업지는 경쟁이 실종되다시피해 대조를 이룬다.
송파구 잠실우성 1·2·3차 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경우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GS건설의 경쟁이 예상됐으나 1·2차 입찰 모두 GS건설만 단독 응찰했다. 공사비 1조7000억 원 규모로 서울 재건축 사업 중에서도 가장 최고 수준의 규모를 자랑하지만 수주전은 없었다.
현행법상 시공사 선정 입찰에 단독 입찰 등으로 2회 이상 유찰되면 조합이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어 GS건설과의 수의 계약 전환이 유력한 상황이다.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방배 신삼호 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입찰에서도 HDC현대개발산업만 응찰해 유찰됐다.
강남구 '개포주공 6·7단지'는 2차례에 걸친 입찰에 현대건설만 응찰하며 마땅한 경쟁이 펼쳐지지 않자 조합은 수의계약 전환을 진행 중이다.
건설사들의 경쟁이 예상됐던 '방배 15구역'도 2차례 유찰되며 포스코이앤씨와의 수의계약을 목전에 두고 있다.
조합들은 기대했던 경쟁입찰이 사실상 없어지면서 아쉬움을 보이고 있다.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사업비 규모나 입지로 볼 때 예전같으면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을 텐데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며 "입찰경쟁을 통해 공사비 등 여러 조건에서 조합 의견을 펼칠 수 있었지만 요즘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건설 자재비 인상이 지속되면서 아무리 입지가 좋은 서울 사업지라도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건설사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고 본다. 수주전이 펼쳐지면 영업비용만 많게는 수십억 원 이상 발생하는데, 시공사 선정에서 탈락하면 해당 비용은 매몰비용이 되기 때문이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올해 업계는 각 사마다 재무적 대비를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공들인 도시정비 사업지에서는 수의계약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비용만 쓰고 성과를 내지 못할 수 있어 서로 출혈경쟁을 피하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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