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유예에도 업계 긴장 '계속'…관세 충격 2분기 본격화
북미 의존도 높아 관세 직격탄 우려…중소 부품사 생존 위협
[미디어펜=김연지 기자]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차에 이어 자동차 부품에도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는 물론 타이어·부품 업계까지 전방위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북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업계 특성상 관세 유예 기간이 끝나는 시점부터 실질적인 피해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3일(현지시간) 수입산 자동차 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을 발효했다. 부과 시점은 향후 2년간 유예되지만, 국내 타이어 및 부품업계는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관세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분석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제공


◆ 타이어 3사, 1분기 '깜짝 실적'…2분기 관세·원자재값 인상 이중고

국내 타이어 업계가 올해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호실적을 거뒀지만 2분기부터는 미국발 관세 충격과 원자재값 인상이라는 복합 악재에 직면할 전망이다.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국내 주요 타이어 3사는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금호타이어는 전년 동기 대비 15.5% 증가한 1조2062억 원, 넥센타이어는 13.7% 증가한 7712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한국타이어는 연결 기준 4조963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 중 타이어 사업 부문만 놓고 보면 2조3464억 원으로 10.3% 증가했다.

하지만 2분기부터는 대미 관세와 원가 상승이라는 이중 부담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내 타이어 3사의 북미 매출 비중은 전체의 약 30%에 달하며, 지난해 기준 타이어 대미 수출은 8억6616만 달러로 전체 수출의 25.3%를 차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부품에 대해 25% 관세를 예고한 만큼 타이어 업계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생산 측면에서도 대응 여력은 제한적이다. 한국타이어는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연간 550만 개를 생산해 미국 내 판매량의 약 30%를 현지 조달 중이며, 내년까지 이를 1100만 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금호타이어는 조지아주 공장에서 연간 350만 개를 생산하지만 이는 판매량의 20% 수준에 그친다. 미국에 생산시설이 없는 넥센타이어는 북미 매출 비중이 24%로, 관세 부담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도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타이어에 따르면 타이어의 핵심 원료인 천연고무의 가격은 올해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상승했다. 수요 둔화와 맞물릴 경우,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 자동차 부품 1차 협력사, 지난해 영업이익 전년비 12%↓

자동차 부품업계는 이미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익성 악화에 미국발 관세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올해 역시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기업 계열을 제외한 중소·중견 부품업체들은 원가 전가가 어렵고 대외 변수에 취약해 체력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를 제외한 국내 상장 자동차부품 1차 협력사 83곳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49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81조2249억 원으로 3.7% 증가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3조735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33.9% 증가했지만, 매출은 3.4% 줄었다. 현대위아는 영업이익이 소폭 늘었지만 매출은 감소했다.

완성차 업황 부진의 영향에 더해 대미 관세 부담이 본격화되면 타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일부 품목에 대해 2년 간 관세 유예 조치가 적용되지만, 관세 일부가 환급된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부담을 피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실제로 미국 수출에서만 최대 1조5000억 원에 달하는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의 자동차 부품 대미 수출 비중은 2020년 29.5%에서 지난해 36.5%까지 확대됐다. 특히 북미 시장 비중이 큰 업체들은 대체 수출 고객 확보가 쉽지 않아 관세 리스크에 더 취약한 구조다.

전문가들은 완성차 업계는 물론 부품업계 역시 미국 현지 생산 확대 등 구조적인 대응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영세한 2·3차 협력업체의 경우 1차 협력사와 달리 완성차 업체의 미국 공장 진출에 발맞춰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사들의 관세 충격이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영세한 2, 3차 협력업체들은 적자 전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북미 외 시장 다변화나 생산 거점 재조정, 글로벌 OEM과의 전략적 협력 등 중장기적인 자구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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