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내홍에 기호 없는 무지 재킷 입고 선거운동 시작
‘반쪽’ 선대위에 어설픈 유세에도 TK ‘반명 연대’로 결집
[대구=미디어펜 최인혁 기자]보수의 심장 대구가 12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뜨거운 지지를 보내며 대선 승리를 향해 박동했다. 특히 대구 시민들은 단일화 잡음을 뒤로하고 김 후보에게 “찢어뿌라(찢어 버려라)”고 승리를 주문하며 조건 없는 응원을 보냈다.

김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민주당을 향해 “국가를 가난하게 하고, 국민을 억압하는게 진보냐, 가짜 진보를 확 찢어버리고 싶다”고 말한 것에 화답한 것이다.

김 후보는 이날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첫 선거 유세를 펼치며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고, 1강인 이 후보를 향한 추격전에 나섰다.

단일화 잡음 속 어설픈 출발에도 대구, 김문수 끌어안아

김 후보는 이날 오전 5시 붉은색 무지 재킷과 청바지 차림으로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민생 현장을 점검하며 공식 대선 일정을 시작했다. 김 후보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단일화 파동을 겪은 탓에 후보 기호와 이름이 적힌 옷을 마련하지 못해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김 후보는 첫 선거 유세가 시작되는 대구 서문시장 유세에서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옷을 입고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에 뛰어들 수 있었다. 그러나 김 후보가 뒤늦게 추격전에 나섰음에도 출발은 여전히 엉성했다.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2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5.5.12/사진=연합뉴스

현장 선거운동원들과 김 후보의 유세를 지원하기 위해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김 후보와 달리 후보 이름이 전면에 적혀있지 않은 복장을 착용하는 등 내홍의 여파는 복장에서부터 고스란히 나타났다.

또 선거유세는 물론 선거대책위원회도 통합을 이루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김 후보와 단일화 경쟁을 펼쳤던 한 전 총리부터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 한동훈 전 당대표 등은 이날 모두 김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외면했다. 

따라서 김 후보의 선대위는 이들의 참여와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채 사실상 ‘반쪽’으로 꾸려져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그러나 김 후보가 이날 오후 5시경 서문시장에서 첫 선거 유세에 나서면서 분위기는 일부 회복될 수 있었다.

서문시장에는 김 후보를 응원하기 위해 태극기와 응원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든 대구 시민들이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운집했다. 이들은 김 후보가 도착하자 “대통령 김문수”, “김문수 대구를 버리지 마라 대구는 김문수를 버리지 않는다”, “이재명을 타도하라 김문수는 정직하다”를 외치며 김 후보를 연호했다. 

특히 이들은 김 후보가 연단에서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저는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이다. 여러분 아시는 것처럼 어떤 한 사람은 검사도 사칭하고 총각이라고 사칭하고 거짓말의 도사다. 대통령을 거짓말하는 사람을 뽑아서 되겠나”고 지적하자 이에 맞춰 “그래 김문수가 찢어뿌라(찢어 버려라)”면서 크게 호응했다. 

더불어 이들은 이날 이 후보 부인인 김혜경씨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것을 언급하며 “김문수는 정직하다 청렴한 김문수가 해보자”라며 김 후보에게 강한 지지를 보냈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대구 시민과 서문시장 상인은 단일화 잡음에도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았다.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2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5.5.12/사진=연합뉴스
50대 여성 최 모씨는 미디어펜과 만남에서 “대구에서는 한 전 총리가 국민의힘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한 전 총리가 ‘무임승차’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권영세, 권성동 의원이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민심은 김 후보로 돌아섰다”며 “정정당당하고 청렴한 후보만이 이재명에게 맞설 수 있다”며 김 후보를 응원했다. 

또 60대 남성 이 모씨는 “단일화 과정에서 김 후보에게 크게 실망했다. 아직 김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지만, 이재명이 당선되어선 안 되기 때문에 그를 지지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집토끼는 뭉쳤지만…보수 단일대오와 ‘쇄신’은 숙제

이 후보에 대한 반감으로 보수 지지층이 결집한 덕에 김 후보는 내홍의 여파를 빠르게 수습하고 반사이익도 얻게 됐다.

다만 한 전 총리, 홍 전 시장, 한 전 대표 등과 통합을 이루지 못해 ‘반명 빅텐트’ 전 단일대오부터 구축하는 것은 시급한 문제로 꼽힌다. 더불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그늘을 벗어나기 위한 쇄신도 숙제로 여겨진다.

당장 홍 전 시장을 지지했던 지지자들은 오는 13일 민주당 중앙당사 당원존에서 이 후보 지지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대오 이탈을 예고한 상황이다. 

또 당내에서는 김 후보가 윤 전 대통령과 관계를 단절하지 않을 경우 선거운동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특히 ‘반윤’의 수장으로 꼽히는 한 전 대표는 김 후보에게 쇄신을 주문하면서 공동선대위원장 직을 거부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 속 김 후보는 선거운동 첫날 당 쇄신에 엇박자를 보였다. 김 후보는 앞서 김용태 의원에게 쇄신의 키를 맡기며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했다. 그러나 김 후보와 김 의원은 이날 해병대 고 채상병 사건부터 쇄신에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이날 김 후보는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최형섭 과학기술처장관, 한필수 한국원자력 연구소장, 연평해전 및 연평도 포격 전사자, 천안함 46용사, 고 한준호 준위 묘역을 참배하고 ‘호국’과 ‘보훈’을 강조하면서도 채상병의 묘역은 참배하지 않았다. 

이에 김 의원은 홀로 채상병 묘역을 참배하고 “수사 외압을 밝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추구하는 ‘쇄신’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다만 김 후보가 서문시장 유세 후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과 비상계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을 받자 “저는 처음부터 계엄에 찬성하지 않았다. 저를 (국무회의에) 부르지도 않았지만 불러서 갔더라도 그것은 잘못됐다. 계엄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을 드렸을 것이다”며 비상계엄을 비판함에 따라 ‘쇄신’의 불씨가 살아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한 전 대표가 선대위에 합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더해 남은 선거기간 동안 단일대오를 구축하고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여지를 남겼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