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소형차 50.7%·대형차 48.6% 급증…소형·대형 중심 신차 출시 활발
가격 민감도 높은 소비자 vs 성능 중시 소비층으로 이분화
[미디어펜=김연지 기자]글로벌 경기 침제와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확대로 완성차업계가 어려움을 겪고있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차급 양극화' 흐름이 뚜렷한 양상을 보인다. 차량 유지비를 우선 고려하는 소비자들은 소형차로, 주행 성능이나 공간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은 대형차로 쏠리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완성차 업계도 소·대형차 중심의 신차 출시를 적극 확대하며, 소비 양극화를 더욱 가속시키고 있다. 

11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신차등록 통계에서 가장 뚜렷한 성장세를 보인 차급은 소형차와 대형차였다. 소형차는 1만6786대로 전년 동월 대비 50.7% 급증했고, 대형차는 1만9807대로 48.6% 늘었다.

이처럼 차량의 '크기'가 구매 결정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면서 가격과 실용성을 앞세운 소형차, 프리미엄 감성과 공간을 중시한 대형차가 각각 시장의 양 끝단에서 선택받고 있다.

   
▲ 기아 EV3./사진=기아 제공


반면 경형, 준중형, 중형차는 갈수록 입지가 줄어드는 분위기다. 4월 경형차 등록 대수는 6227대로 전년 대비 37.5% 급감했다. 준중형차는 3만596대가 판매돼 8.7% 감소했으며, 중형차는 4만5202대로 27.7% 증가했지만 체급별 격차가 커진 흐름 속에서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치다.

한때 '실속형 패밀리카'로 자리잡았던 중형·준중형 세그먼트는 최근 SUV 중심의 수요 전환, 파워트레인의 전동화 흐름 속에서 경쟁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특히 준중형 세단은 차체 크기 대비 좁은 실내 공간이나 제한적인 기능 사양이 소비자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 업체들도 수익성 중심의 전략을 강화하면서 중간 체급 모델보다는 소형 전기차나 고급 대형 SUV 중심으로 라인업을 재편하는 추세다. 결과적으로 '중간은 애매하다'는 인식이 실제 판매 수치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차급 양극화는 단순한 수치상의 변화가 아닌 소비자 심리와 시장 전략 변화까지 반영된 구조적 흐름이다. 차량 구매가 '경제성'과 '프리미엄'이라는 뚜렷한 기준으로 양분되면서 완성차 업계 역시 이에 맞춘 '투트랙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팰리세이드, 아이오닉 9 등 대형급 SUV와 전동화 모델을 확대하면서도 코나, 베뉴 등 소형 라인업을 꾸준히 유지 중이다. 전동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기아 역시 소형 전기 EV3, 대형 전기 SUV EV9 등 시장 흐름에 맞춘 선택지를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들도 소형 전기차나 대형 프리미엄 SUV 라인업을 강화하는 등 시장 흐름에 민감하게 대응 중이다. 볼보는 소형 전기 SUV EX30을 국내에 출시했으며, EX90 등 대형 전동화 SUV 출시를 예고하며 상위 체급 수요도 공략하고 있다.

렉서스도 올해 초 럭셔리 대형 SUV LX700h를 출시했고, 캐딜락은 풀사이즈 SUV 에스컬레이드 부분변경 모델을 내놨다. 포드코리아도 올해 초대형 SUV 익스페디션의 국내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중간급 모델이 무난한 선택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아예 유지비를 줄이거나 반대로 성능이나 공간 활용 면에서 만족감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수요가 재편되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은 차량 기획, 마케팅, 생산 전략 전반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