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나는 나중에 지프차 탈 거야."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의 주인공 관식의 말이다. 기자에게 이 말은 단순한 차에 대한 선망이 아닌, 단단하고 자유로운 삶에 대한 의지처럼 들렸고 자연스레 지프의 상징적 모델인 랭글러를 떠올리게 했다. 무뚝뚝하지만 진심 어린 관식이의 말처럼 랭글러는 투박함 속에 감성을 품은 차다.
이번에 시승한 '랭글러 41 에디션'은 지프의 시작을 알린 군용차 윌리스 MB의 유산을 계승한 스페셜 모델로 국내에 단 50대 한정 판매됐다. 시승 차량은 루비콘 4도어 파워탑 모델으로 도심과 고속도로, 구불구불한 와인딩 코스, 비포장도로까지 약 500km에 걸쳐 차량의 매력을 경험했다.
윌리스 MB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경정찰차로 채택돼 지프의 시작을 알린 군용차다. '41'이라는 숫자는 지프의 뿌리 군용차 윌리스 MB가 등장한 1941년을 의미한다. 차량 색상 또한 이를 반영한 '올리브 드랩'을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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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랭글러 41 에디션 정측면./사진=김연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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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랭글러 41 에디션 측면./사진=김연지 기자 |
랭글러 41 에디션은 멀리서도 단번에 시선을 끈다. 군용차에서 영감을 받은 올리브 드랩 색상은 햇빛 아래에서 매트하게 반짝이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정면은 원형 LED 헤드램프와 지프의 상징인 세븐-슬롯 그릴, 직각의 전면 라인으로 오프로드 SUV다운 인상을 완성했다.
측면은 박스형 차체와 곧게 뻗은 루프라인, 뚜렷한 휠 아치로 힘 있는 인상을 준다. 휀더와 도어, 손잡이, 힌지까지 군용차의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한 듯 투박하고 정직하다. 윈드실드 일체형 안테나가 적용돼 외관은 보다 간결해졌다.
후면에는 대형 스페어타이어가 장착돼 실루엣에 무게감을 더하며 사각 테일램프는 후방 시인성과 함께 오프로드 감성을 살린다. 테일게이트는 측면 개폐 방식이며 뒷유리도 따로 열 수 있는 구조라 짐을 싣고 내리기에 용이하다.
제원상 크기는 전장 4800mm, 전폭 1940mm, 전고 1865mm, 휠베이스는 3010mm다. 공차중량은 2185kg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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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랭글러 41 에디션 실내./사진=김연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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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랭글러 41 에디션 실내./사진=김연지 기자 |
실내는 투박한 감성과 최신 편의 사양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 운전석에 앉으면 높은 시야가 확보되고, 모파 전동 사이드스텝 덕분에 승하차도 용이했다.
12.3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는 유커넥트 5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기반으로 무선 애플 카플레이, T맵 내비게이션 등을 지원한다. 큼직한 물리 버튼들과 함께 구성돼 조작도 직관적이다. 센터페시아 하단에는 락 디퍼렌셜, 스웨이바 분리 등 오프로드 기능 버튼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전동 시트가 탑재돼 조작 편의가 크게 향상됐다.
2열은 무릎 공간과 헤드룸 모두 넉넉한 편이다. 중앙부에는 송풍구와 USB 포트, 윈도우 버튼이 위치해 있으며, 문이 분리되는 구조적 특성상 윈도우 버튼이 중앙에 몰려 있어 종종 랭글러를 처음 타는 동승자들은 버튼을 찾지 못하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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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랭글러 41 에디션./사진=김연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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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랭글러 41 에디션./사진=김연지 기자 |
도심 주행에서는 다소 단단한 승차감과 바디온프레임 특유의 흔들림이 느껴졌지만 랭글러의 정체성을 생각하면 단점이라기보다 개성에 가깝다. 고속 주행 시 풍절음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차체 흔들림은 안정적으로 억제됐고, 무게감 있는 주행감을 느낄 수 있었다.
험로에서는 노면을 움켜쥐는 듯한 단단한 주행감, 꾸준한 토크감이 이어지며 오프로드에 최적화된 차량임을 실감케 했다. 시승한 루비콘 4도어 모델은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를 조합했고, 최고 출력은 272마력, 최대토크는 40.8kg·m에 달한다. 시승 중 기록한 연비는 7.7km/L로, 공인 복합연비(7.5km/L)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랭글러는 일상에서 벗어나 야외 활동을 즐기기에도 충분하다. 2열을 폴딩하면 완전 평탄화는 되지 않지만 누워 쉬기에 불편하지 않은 정도의 경사다. 167cm 성인 여성이 누웠을 때 다리를 쭉 뻗을 정도의 공간이 충분히 나왔고, 앉았을 때도 머리 위 공간이 넉넉해 식사를 하거나 책을 보는 것도 가능했다. 높은 전고 덕분에 실내 활동의 자유도가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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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랭글러 41 에디션 후면./사진=김연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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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랭글러 41 에디션 후측면./사진=김연지 기자 |
특히 파워탑은 버튼 하나로 지붕 전체를 전동 개폐할 수 있어 탁 트인 개방감을 선사한다. 최고 시속 96km까지 주행 중에도 개방이 가능하다는 점은 랭글러만의 독보적인 매력이다. 차박과 함께 오픈에어링까지 누릴 수 있는 것은 랭글러가 가진 라이프스타일적 상징성을 더욱 강화해준다.
시승을 마치고 나니 다시 관식이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나는 나중에 지프 차 탈 거야." 거칠지만 단단하게, 자유롭지만 흔들림 없이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 랭글러는 그런 마음을 닮은 차다. 단점도 있지만 그만큼 존재감과 매력이 분명한 차다. 지프 랭글러 41 에디션 루비콘 4도어 파워탑의 판매 가격은 8740만 원이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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