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미디어펜 이미미 기자] “짠!”
필리핀 마닐라 한복판에서 익숙한 소리가 울렸다. 한국이 아니다. 이곳은 필리핀 전역에서 70개 넘는 지점을 운영하는 한국식 바비큐 무한리필 전문점, ‘삼겹살라맛(Samgyupsalamat)’이다. 필리핀 현지 손님들의 소주잔이 맞닿을 때마다 맑고 경쾌한 소리가 테이블 사이로 퍼져나갔다.
초록색 병의 ‘진로(JINRO)’ 소주와 지글지글 익어가는 삼겹살의 조합. 이곳에서 소주는 이미 특별한 음료가 아니라, 필리핀 사람들의 일상적인 ‘한 잔’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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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22일 필리핀 마카티 삼겹살라맛에서 진행된 진로라이브 촬영 현장. P-pop 걸그룹 ‘YGIG’ 멤버가 참여했다./사진=이미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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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마카티 삼겹살라맛에서 초록병 참이슬 후레쉬를 들어 건배하는 현지 소비자들./사진=이미미 기자 |
지난 22일 오후 5시경 취재진은 필리핀 마닐라 상업지구 마카티에 위치한 삼겹살라맛을 찾았다. 한국의 대표 소주 브랜드 진로는 필리핀 현지 전통 건배 문화 타가이(Tagay)와 만나 필리핀인의 일상에 자리 잡았다. 함께 잔을 돌리고 음주와 음식을 즐기며 분위기를 중시하는 현지 문화 속에서 진로는 이미 낯설지 않은 술로 인정받고 있었다.
이날 삼겹살라맛에서 진행된 ‘진로라이브(Jinro Live)’ 촬영에는 필리핀 대표 P-pop 걸그룹 ‘YGIG’가 참여해 다양한 게임과 토크, 라이브 공연을 펼쳤다. 하이트진로가 현지화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선보이는 콘텐츠다. 진로라이브는 취중 라이브 형식으로, 필리핀 MZ세대가 즐기는 비디오케(Videoke, 노래방) 문화를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진로라이브는 단순한 술 예능이 아니라 필리핀 대중문화와 소주가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보여주는 콘텐츠”라며 “K-컬쳐에 대한 관심과 함께 K-소주 문화를 현지 젊은 세대에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100주년을 맞아 선언한 글로벌 비전 ‘진로의 대중화’ 전략은 필리핀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실현되고 있다. 음식점 등 유흥채널은 물론 대형할인점과 같은 가정시장에서도 진로는 필리핀 현지인들의 ‘데일리 술’로 자리매김하며 수입 주류 시장의 새 기준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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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22일 필리핀 마카티 삼겹살라맛에서 진행된 진로라이브 촬영 현장. P-pop 걸그룹 ‘YGIG’ 멤버가 랩을 선보이고 있다./사진=이미미 기자 |
필리핀 마닐라의 부촌 지역 마카티에 위치한 회원제 창고형 매장 S&R에서도 진로 소주가 인기다. 이날 S&R 매장 내 하이트진로 시음코너를 찾은 감보아(25)와 제프 디말란타(28)는 주당 (酒黨, 술을 즐기고 잘 마시는 무리) 커플이다. 감보아는 과일리큐르 ‘에이슬 시리즈’ 기준 2병이 주량이다. 제프 디말란타는 참이슬 후레쉬를 거의 매일 소비한다. 이들은 “K-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 영향으로 소주를 접했다”며 “불닭볶음면과 소주를 함께 즐긴다”고 말했다.
S&R 유통 담당자 니코(35)는 “약 10년 전 소주 판매를 시작했는데, 회원제 창고형 매장 특성상 도매사업자와 일반 소비자 모두 소주를 찾는 수요가 발생한다”며 “주말을 앞두고 가족 단위로 여러 종류의 소주를 박스 단위로 구매, 야쿠르트와 함께 구매하는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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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R에서 진로 소주를 구매한 소비자(KIM)/사진=하이트진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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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R 매장 내 진로(JINRO) 제품 진열 매대/사진=하이트진로 제공 |
앞서 방문한 필리핀 대표 도매 할인점인 ‘퓨어골드(Puregold)’ 파라냐케점 주류코너에도 한가운데 ‘노른자 매대’에 진로와 과일리큐르 제품군이 진열돼있었다. 현지 소비자에게 가장 빠르게 선택되는 주류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매장 관계자는 “과거 교민을 중심으로 판매되던 소주가 최근 몇 년 사이 현지 소비자들의 주요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퓨어골드 MD 마리 필 레예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퓨어골드와 세븐일레븐 등 가정 채널의 소주 판매 속도가 두 자릿수로 꾸준히 성장했다. 특히 초기엔 과일 소주가 인기였지만 최근 일반 소주(참이슬 후레쉬)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했다.
마리 필 레예스는 “SNS를 통해 소주를 맥주나 요구르트, 필리핀 현지 음료 ‘모구모구’와 섞어 마시는 문화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며, “젊은 층은 믹스 음료 형태로, 35세 이상 소비자는 소주 본연의 맛을 즐기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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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현지 소비자가 창고형 할인점 퓨어골드(Puregold)에서 진로(JINRO) 제품을 고르고 있다./사진=하이트진로 제공 |
이 같은 소주의 인기에 대해 한인 주류 업체 K&L의 강정희 대표도 “현지 고객들이 먼저 진로를 찾는 추세로 전환됐고, 마케팅과 현장 브랜딩이 성공적으로 결합된 드문 사례”라고 평가했다.
필리핀 소주 대중화 단계에 들어선 하이트진로는 기존 교민 중심의 유통에서 벗어나 현지 유통망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필리핀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접근성이 뛰어난 주요 채널을 공략하고, 현지 최대 주류 유통사 ‘프리미어 와인 앤 스피릿’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전국 400여 개 유통망을 확보했다. 또한 전담 영업 인력을 현지에 배치해 매장 진열 점검과 프로모션을 강화하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퓨어골드에서 만난 23세 현지 소비자 사이린은 “주 2회 정도 참이슬 후레쉬를 맥주와 섞어 마시며, 필리핀 현지 증류주에 비해 깔끔하고 숙취가 적어 선호한다”며 “한국 드라마의 영향으로 처음 접했지만, 현재는 맛 자체로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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