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국내 자본시장에 만연한 불공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개혁에 앞장서왔던 금융감독원이 "자율성·창의는 존중하되, 불공정거래 및 금투업계 신뢰훼손에는 엄정대응하겠다"며 기존 감독방침을 이어갈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업·투자자·금투업자·회계법인·신용평가사 등 시장 참여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능동적인 변화를 이끌어달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28일 오전 본원 브리핑실에서 자본시장 변화와 혁신을 위한 그간의 성과 및 향후 계획에 대해 브리핑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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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감원은 28일 오전 본원 브리핑실에서 자본시장 변화와 혁신을 위한 그간의 성과 및 향후 계획에 대해 브리핑하는 시간을 가졌다. 함용일 자본시장·회계 부원장이 그간의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류준현 기자 |
이날 발표를 맡은 함용일 자본시장·회계 부원장은 "일부 기업의 경영 투명성과 주주 권리에 대한 인식 개선이 다소 미흡하고 불공정 거래 행위와 불건전 영업 행위 등이 반복되면서 우리 자본시장의 매력도와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합병, 분할, 유상증자 공개 매수 등의 과정에서 이사회가 지배주주 중심의 의사결정을 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지배주주와 일반 주주 간의 갈등이 심화된 측면이 있고, 불법 불공정 세력의 미공개 정보 이용과 사기적 부정거래, 일부 증권사 운용사의 사적 이익 추구 행위와 각종 전산사고 등은 우리 시장과 산업에 대한 평판을 훼손하고 있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함 부원장은 그러면서도 "자본시장 선진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밸류업 등은 우리 상장 기업의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매력도를 높이고자 하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금감원도 균형, 질서, 효율이라는 세 방향에서 다양한 현안에 대해 정책 지원으로 유관 부처와 협업해 왔으며, 열린 토론을 통해 치열하게 현장과 소통하고 그 결과를 감독 행정에 반영하는 등 자본시장의 변화와 혁신을 적극 추진해 왔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그동안 △주주 간 균형 재정립 △공정·투명한 시장질서 확립 △시장효율성 제고 등 세 방향성을 토대로 자본시장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왔다.
유증 중점심사 14건 중 12건 한계기업
그 중에서도 금감원은 '주주 간 균형 재정립'의 일환으로 유상증자를 중점심사 대상으로 이끌었다. 당국은 올해 2월 말부터 4월 말까지 주주권익 훼손 우려가 있고 시장영향이 큰 증자를 중심으로 추려내 유상증자 16건 중 총 14건을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14건 중 12건이 한계기업의 유상증자였고, 2건은 1조원 이상의 대규모 증자였다. 기업들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게 쉽지 않다보니 자본시장을 통한 재원마련으로 우회한 것이다.
이들 한계기업은 공시에서도 문제가 많았다. 금감원이 이들 증자를 심사한 결과, 중점심사 항목 대부분에서 정정기재 사항이 발생했다. △증자 당위성 △한계기업 위험 △주주소통 절차 △기업실사내용이 9건 이상이었고, 기업공개(IPO)시 실적 과다 추정도 2건에 달했다. 이에 금감원은 중점심사 대상 유상증자에 대해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기재되도록 심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아울러 금감원은 지배주주 중심의 인수합병(M&A) 제도를 일반주주 이익보호를 꾀하는 방향으로 선진화를 이끌어냈다. 합병·물적분할 관련 제도개선이 대표적인데, 금감원은 현재 논의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입법화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합병과 관련해서는 모든 계열사 간 합병 거래 시 합병가액(공정가액) 자율화 및 외부평가 의무화를, 물적분할에 대해서는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공모신주를 우선배정하는 쪽으로 입법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자산운용사 수탁자의 책임은 한층 강화한다. 자산운용사는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대비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지난해 주요 연금 의결권 행사율·반대율을 보면 국민연금이 99.6%·20.8%, 공무원연금이 97.8%·8.9% 등이었는데, 자산운용사는 91.6%·6.8%에 불과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당국은 자산운용사 의결권 행사현황 점검결과를 다음달 초 보도자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아울러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활동이 확산될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코드 운영도 지속 개선을 이끌어낼 예정이다.
불공정거래 대응 강화 등 시장질서 확립
금감원은 '공정·투명한 시장질서 확립'에도 힘쓸 예정이다. 대표적으로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는 제재 실효성을 확대하고 조사역량을 확충할 예정이다. 또 증권사의 수수료 중심 영업관행 등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해서도 테마검사를 펼치는 등 엄정대응 기조를 이어간다.
회계부정·회계분식에 대해서는 대응을 강화한다. 내년 상반기께 차세대 회계감리시스템을 도입해 감리 전과정을 시스템화하고 회계부정 적발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사회적으로 언급되는 주요기업에 대해서도 회계의혹을 상시 점검할 계획이다.
한계기업에 대한 심사규모는 선제적으로 확대하고, IPO 예정기업에 대한 심사도 엄정하게 펼칠 예정이다. 기존 심사에 착수한 한계기업에 대해서는 회계부정행위 발견 시 심사·감리결과를 토대로 신속·엄정한 감리를 이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금감원은 최근 넥스트레이드 등 대체거래소가 출범한 만큼, 증시인프라의 안정성 제고를 위해 유관기관 통합 비상대응체계(BCP)를 마련할 예정이다. 또 시장운영제도 개선과 안정적인 거래량 관리 등으로 매매체결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유도할 방침이다.
함 부원장은 "우리 자본시장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금융회사 및 유관기관, 투자자 등 모든 시장 참여자가 일관된 의지를 가지고 중단 없이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필수적일 것"이라며 "기업·투자자·금융업계 등 시장과 소통하고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본시장 변화와 혁신을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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