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현대자동차가 주도해온 수소전기차(FCEV) 시장에 중국의 거센 추격이 본격화되고 있다. 수출과 내수가 동반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중국은 정부 주도의 막대한 보조금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며 현대차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현대차는 완전변경 모델 '디 올 뉴 넥쏘'를 앞세워 반등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충전 인프라와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이 병행되지 않으면 주도권을 지키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28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4월 수소전기차(승용·상용 포함) 수출량은 18대로, 전년 동기(60대) 대비 70% 감소했다. 같은 기간 내수 판매는 965대에 그쳤으며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연간 수소차 판매가 3000대를 넘기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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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디 올 뉴 넥쏘’와 ‘더 뉴 아이오닉6'./사진=김상문 기자 |
◆ 수소차 부진 속 중국 '물량 공세'…1분기 점유율 '1위'
현대차의 수소차 산업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에 있었다. 현대차는 2018년 넥쏘를 출시하며 승용 부문에서 세계 최초 수소차 양산에 성공했고, 2020년에는 상용 수소트럭 엑시언트를 유럽 시장에 투입하며 글로벌 수소차 시장을 선도해왔다. 이를 기반으로 2019년 수출량은 788대, 2020년 1041대, 2021년에는 1121대로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후로는 급격한 하락세다. 2022년 수출은 400대로 줄었고, 2023년에는 296대, 지난해는 101대로 세 자릿수에 그쳤다. 내수 시장도 마찬가지다. 2022년 1만328대였던 판매량은 2023년 4707대, 지난해에는 3787대로 급감했다. 수소차에 대한 대중 인식, 충전 인프라 부족, 차량 가격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반면 중국은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산업 육성 전략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수소차 전략은 전기차와 유사한 경로를 따르고 있다. 내수 기반의 대량 보급을 바탕으로 가격 덤핑을 거쳐, 해외 시장까지 점유율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중국 내 수소차 판매량은 1197대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 56.5%를 기록하며 세계 1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 같은 '물량 공세'가 단기적으로는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여전히 기술력과 신뢰도 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은 정부가 부담하는 불법 보조금 체계를 통해 수소차 시장을 키우고 있다"며 "전기차에 이어 수소차도 가격 덤핑과 대량 공급 전략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 중"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중국 시장은 내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통계상으로는 1위지만, 효율성과 기술 완성도 면에서는 현대차가 여전히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 기술은 현대차 우위…인프라·정책 보조 '절실'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 현대차는 여전히 글로벌 수소차 시장의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넥쏘와 엑시언트는 각각 승용과 상용 부문에서 대표적인 레퍼런스로 자리 잡았으며, 현대차는 수소 생산부터 저장, 운송, 활용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브랜드 'HTWO'를 통해 밸류체인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국내 생태계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이다. 국내 수소 생태계는 충전소 인프라가 부족하고, 핵심 부품 상당수를 해외에 의존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충전 인프라가 따라오지 않으면 보급은 늘어나기 어렵다"며 "정부 주도의 시장 개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정부의 수소차 육성 정책이 단편적인 데 머물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개별 기업의 기술력만으로는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기 어렵고, 특히 가격과 운영 측면에서 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 구조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전담 컨트롤타워나 구체적인 로드맵이 부족한 실정인데 반해 중국은 보조금 비율을 유지하거나 우회적 방식으로 지원을 확대하는 추세다.
현대차는 최근 완전변경 모델 '디 올 뉴 넥쏘'를 공개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약 5분간 충전으로 700㎞ 이상 주행이 가능하며, 성능과 디자인 전반이 개선된 모델이다. 업계는 넥쏘 후속 모델이 수소차 시장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 차원의 명확한 비전과 제도적 지원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기술 우위도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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