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6.3 대통령선거에서 막판 변수로 지목됐던 후보 단일화가 결국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사전투표가 시작된 29일에도 국민의힘은 본투표 전까지 단일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개혁신당은 요지부동이다. 이런 가운데 대선을 일주일도 채 안 남기고 벌어진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성폭력 묘사 발언 논란에 대해 이준석 후보의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단일화 협상을 위해 자정쯤 국회를 찾았지만 이준석 후보와 끝내 대면하지 못했고, 김 후보는 한 시간 정도 의원회관에 머물면서 전화 연결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의 ‘한밤중 회동’ 시도가 있었지만, 김철근 개혁신당 종합상황실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김 후보 측의 단일화 제의는 명백한 허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흘리며 혼란을 조장하는 정치공작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며 “대선 승리를 위한 유일한 길은 김문수 후보의 즉각 후보직 사퇴, 그리고 이준석 후보를 단일 후보로 세워 정면승부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김 후보가 회동을 시도할 때 이준석 후보는 지난 27일 마지막 TV토론에서 벌어진 성폭력 묘사 발언에 대한 후폭풍을 수습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장남이 인터넷에 게시한 음담패설을 인용해 인권변호사 출신인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에게 여성혐오에 해당하는지를 물었다. 토론 직후 민주당은 “용납할 수 없는 폭력 행위”라며 이준석 후보를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이준석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고발했고, ‘정치하는엄마들’은 이 후보를 선거법, 정보통신망법,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양대 노총은 이준석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준석 후보는 29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도 “해당 표현은 이재명 후보의 장남 이동호 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직접 올린 글의 일부이다. 이재명 후보가 가족의 일탈에 어떤 책임의식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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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혁신당 이준석 대통령선거 후보가 29일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TV 토론회에서 여성 신체에 대한 표현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5.29./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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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후보는 “저에게 혐오의 낙인을 찍는 집단 린치가 계속되고 있다. 제가 한 질문 가운데 어디에 혐오가 있나”라며 “이것이 우리가 마주할 미래다. 표현의 자유, 검증의 의무는 사라지고, 집단으로 가해지는 린치와 권력에 대한 충성만 남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저는 굴복하지 않고, 진실을 덮으려는 시도에 단호히 맞설 것”이라며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이준석 후보의 성폭력 묘사 발언은 다자대결에서 지지율을 10%대에 진입시키면서 이재명 후보와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김 후보와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린 성과를 무너뜨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후보 단일화없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흘러나왔다. 모두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을 염두에 둔 전망이다.
하지만 이준석 후보가 이런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발언한 것이 아니라면 소위 ‘일타쌍피’ 전략으로 마지막 승부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도진보층과 보수층 두 개의 유권자층을 노리고 지지율을 끌어올릴 승부수를 둔 것이란 평가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이준석 후보의 발언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중도진보층에 ‘이런 이재명이 당신들의 가치에 맞는 인물인가’를 묻고, 또 보수층엔 ’이재명을 제대로 타격할 사람은 나뿐이다‘란 메시지를 던지고자 한 것”이라며 “진보층에서 비난여론이 거의 폭발 수준으로 나오는 건 그만큼 아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김문수 후보가 주지 못한 타격감을 확실하게 보여준 때문인지 보수층에선 통쾌하다는 반응이 많이 나왔다”면서 “(이준석 후보의 승부수가) 성공하면 지지율 30%대 반등을 이룰 것이고, 실패하면 지지율 대폭락일 텐데 어느 쪽으로 귀결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준석 후보는 김 후보와의 단일화 대신 마지막 승부수를 택해 자신이 미래의 보수 후보라는 점을 증명해 보이고자 한 셈이다. 지난 28일 공개된 한국갤럽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가상 양자대결 지지율이 ‘이재명 53% 대 김문수 43%’ ‘이재명 51% 대 이준석 41%’로 나타났다.
이재명 후보와 양자로 맞붙었을 때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가 동일하게 10%포인트 격차를 보인 것이다. 이준석 후보로선 만약 본인이 사퇴해서 김 후보를 단일 후보로 내세운다 하더라도 그 효과가 미미할 것이 분명하니 국민의힘의 진흙탕 차기 당권 싸움에 휘말리기보다 ‘대선 완주’를 택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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