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과 민영에 따라 차별적 대우해야
지난 1월 16일 사상초유의 KBS2 방송중단사태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은 인기드라마 '브레인' 을 비롯한 기다리던 프로그램을 못보는 피해를 보았다. 이러한 사태가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대체적으로 의무재전송대상의 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 재전송법령 무엇이 문제인가

방송법78조는 의무재전송 대상을 KBS1과 EBS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현행법에 의하면 유료방송사업자가 의무대상외 지상파를 재전송할 경우 저작권법위반에 해당된다. 법원도 지상파가 케이블SO를 상대로 낸 저작권침해소송에서 1,2심 모두 케이블의 저작권침해를 인정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최근 KBS2가 불통되었을 때 시청권이 침해되었다며 방송재개를 명령하는 등 비의무채널도 보편적인 시청범위로 간주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법원은 재전송하면 안된다고 하고 방통위는 끊으면 안된다고 하는 모순에 빠져 있다. 또 방통위는 2월 3일 전체회의를 통해 지상파시청권 확보를 위해 방송유지명령권과 방송재개명령권 등을 의결했다. 이러한 결과 케이블SO는 지상파와의 대가협상에서 방어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없어져 동등한 협상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지상파의 대가요구 배경은

지상파관계자는 아날로그방송은 복제배포가 힘들지만 디지털방송은 어떤 매채를 통해서든 보기 쉽다며 만약 케이블의 디지털재송신을 묵인하면 누구든지 방송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렇게 될 경우 지상파 저작권은 타격이 커서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재전송대가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숙명여대 강형철교수는 "과거, 지상파 재송신은 지상파와 케이블TV 양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구조로서, 지상파는 자체 송신시설의 확충 없이도 커버리지를 늘려 광고수익을 증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고, 케이블TV는 가입자 확보에 유리한 장점으로 별다른 이해 충돌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IPTV 등 새로운 영상 콘텐츠 시청 창구가 속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지상파방송은 광고에 더해 프로그램 사용료(동시중계료)를 받을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나게 되면서 양자의 동맹은 깨지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제도개선 반대측 입장

- 지상파

지상파측 방송통신융합특별위원회 간사인 MBC 이상술 기획팀장은 "저희는 현행법 유지가 합당하며 전혀 문제없다"며 제도개선에 반대했다. 그는 "방송법보다 저작권법이 상위법이고 방송법에는 KBS1과 EBS만 예외로 넣었다"며 "나머지 채널은 저작권이 있다"고 말했다.


- 강형철교수(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강형철교수는 방송협회가 의뢰한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어느 사회든 의무재송신의 목적은 공익을 위함이며, 의무 수행의 주체는 지상파방송사가 아니라 MVPD인 것이 일반적"이라며 "특히, 한국에서 지상파방송 의무재송신은 1996년 헌재판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케이블TV의 공익성 유지와 난시청지역 시청자 권익보호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OECD 회원국 대부분은 의무재송신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또, 그는 "지상파는 공공서비스방송(PSB : Public Service Broadcasting)으로서 과거와 변함없이 희소한 지상파 채널을 할당받는 대가로 차별성 있는(distinctive : 다른 방송과 구별되는) 방송서비스 의무를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디지털, 다채널 시대에 지상파방송의 차별성 의무는 방송 내용과 보편적서비스 차원 모두에서 변화하게 된다고 보았다. 지상파 재송신 문제를 콘텐츠 접근권으로 풀기 위해 KBS1, KBS2, EBS를 무료 의무채널로 하자는 등의 주장이 있을 수 있으나(노기영 등, 2011) 앞서 보았듯이 지상파방송 채널에 대한 사회적 혜택의 가치가 점차 줄어들고, 수신료도 낮은 상황에서 콘텐츠 접근에 대한 현재의 대가는 기회비용을 고려할 때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볼수 있다"고 인용했다.

만약 일부 공공성이 강한 채널을 의무채널로 하여 MVPD에 무료로 제공토록 한다면, 이에 대한 금전적 대가는 국가에서 맡아야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되므로, 상업적 이윤을 창출하는 MVPD가 대가를 지불토록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대가지불에 찬성하고 있다.

그는 "의무재송신 등 지상파방송 채널을 강제 공급하게 하는 것은 지상파방송이 스스로의 경쟁력을 성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위축할 우려가 있다"고 의무재전송에 반대하였다.


*MVPD = SO, IPTV, 위성사업자 등과 같은 유료 다채널방송사업자(MVPD : Multichannel Video Programming Distributor)



MBC노조원들이 최근 명동에서 가진 시위에서 MBC는 공영이라는 푯말을 들고 있다.
▲MBC노조원들이 최근 명동에서 가진 시위에서 MBC는 공영이라는 푯말을 들고 있다.



■ 제도개선 찬성측 입장

- 케이블업계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지상파는 모두 무상의무재전송되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지상파가 주파수를 무료로 쓰는 등 공영적 방송이며 무료보편적서비스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만약 그것이 어려울 경우 최소 공영대 민영으로 나누어 공영은 무상의무재전송하고 SBS같은 민영은 자율협상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MBC는 공영이므로 무상의무재전송에 포함되야 한다고 전했다.

- 홍종윤박사(서울대 언론정보학과 BK21사업단 책임연구자)

홍종윤 박사는 원칙적으로 지상파는 모두 무상의무재전송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KBS는 공적 수신료를 바탕으로 운영되며, MBC 역시 광고 기반으로 운영되기는 하지만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했다. 상업방송인 SBS 역시 KBS, MBC와 다를 바 없는 사회적 책무와 역할을 부여받고 있으며, 실제 방송 정책 측면에서 공영방송과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보았다.

그는 "한국 지상파 방송시장은 다른 사업자들의 진입이 엄격히 제한되는 독과점 구조를 갖고 있으며, 실제로 모든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러한 공적 지원을 받는 사업자들이라 할 수 있다"며 "이러한 지상파 독과점 구조는 이들이 다른 유료방송들에 비해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이유이며, 실제로 지상파 3사 및 계열PP들의 시청점유율은 70%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는 공공적 책무가 강조되는 한국의 지상파 방송사들과 상업방송체제인 미국의 지상파 방송사들은 부여되는 사회적 위상, 역할, 책무에 있어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며 "공공성이 강한 유럽식 공공서비스방송 체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는 한국의 지상파 방송사들이 최근 미국식 모델을 따라 지상파 재송신 대가 요구를 당연시 하는 것은 자신들의 공공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 최적의 대안은

방통위사무국은 2010년 10월 '제도개선 전담반'구성안을 전체회의에 보고하고 제도개선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최근 1월 20일과 2월 3일 제도개선안을 전체회의에 올렸으나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사무국은 공청회 등을 거쳐 아래와 같이 4-5가지 제도개선안을 마련했으며 이중 A안과 B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안) KBS1,2,EBS는 무상의무재송신, MBC는 유상의무재송신, SBS민방은 자율계약과 유상의무재송신중 선택
(B안) KBS1,2,EBS,MBC는 무상의무재송신, SBS민방은 자율계약
(B_검토안) KBS1,2,EBS,MBC는 무상의무재송신, SBS민방은 무상의무재송신 혹은 자율계약중 선택
(C안) 전체지상파 의무재송신,단 KBS2(광고폐지전까지),MBC,SBS민방 자율적 대가산정 인정
(D안) 현행제도유지,단 KBS2는 광고폐지시 무상의무재송신


그러면 이중에서 어느 방안이 최적의 개선안이 될 수 있는가

홍종윤박사는 '지상파 재송신 저작권 및 대가 제도'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지상파 방송은 공공서비스 책무를 강조하는 유럽식 공공서비스방송체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고 밝히며 모두 무상의무재전송이 맞다고 강조했다. 홍박사의 조사결과대부분의 유럽방송이 무상의무재전송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단,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을 차별화 한다는 정책변화가 있다는 전제하에 SBS는 시장에 맡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 홍종윤박사가 주장하는 상업방송이라 함은 전파사용료현실화,방송발전기금기준 매출액으로 변경, 지상파 진입완화 등 미국식 방송정책과 유사한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인용하면 방통위사무국이 제안한 방안중 가장 유사한 것은 (B안) 혹은 (B_참고안)이 된다. 그런데 순수 (B안)은 현재는 적합할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 SBS의 시장경쟁력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보호할 수 있는 옵션이 없으므로 (B_참고안)이 조금 더 적합해 보인다. 미국의 경우 지상파는 여건에 따라 의무재전송(must-carry)나 재전송동의(retransmission consent)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 MBC 재전송은 미디어렙과 닮은 꼴

MBC는 소유구분으로 보면 공영방송임에 분명하지만 광고를 주수입원으로 한다는 면에 있어 민영방송적인 성격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미디어렙법안 입안시 MBC는 자사를 민영렙에 포함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전송에서도 민영방송과 궤를 같이하면서 대가지불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는 MBC를 공영으로 분류하여 공영렙으로 편입시켰고 MBC노조도 최근 명동에서 시위를 하면서 공영방송임을 강조했다. 그러므로 MBC는 아직까지는 공영방송으로 무상의무재전송에 포함되는 것이 적합해 보인다. 만약 MBC가 민영화된다면 그 때가서 자율협상대상에 포함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