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미국 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에 제동을 걸면서 국내 제약업계의 수출 전략에 중대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관세 부과로 인한 불확실성이 일시적으로 해소되면서 국내 제약사들은 수출 확대에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장기적 공급망 전략에도 새로운 고민이 더해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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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일 상호관세 발표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
3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추진한 전 세계 상품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가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 위법 행위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고했던 의약품 등 주요 수출품에 대한 25% 고율 관세 정책은 일시적으로 제동이 걸렸다. 비록 항소법원이 1심 판결의 효력을 일시 정지시켜 관세 부과가 완전히 무효화된 것은 아니나 정책 시행의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생산 확대와 약가 인하를 목표로 의약품에도 고율 관세를 예고한 바 있다. 일시적으로 의약품이 관세 대상에서 제외된 적도 있지만 향후 정책 변화 가능성이 상존해 국내 제약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앞서 관세 부과 예고 당시 국내 의약품의 미국 내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거론됐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바이오의약품, 바이오시밀러, CDMO(위탁개발생산) 등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관세 부담이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중소 제약사의 경우 자금난과 프로젝트 지연 등 추가적인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됐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관세 정책이 보류되면서 국내 제약사들은 단기적으로나마 미국 수출 확대에 다시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국내 제약업계는 관세 불확실성이 줄어든 가운데 공격적인 마케팅과 현지 유통망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특히 바이오시밀러 등 특정 품목 중심의 시장 공략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가 신약보다는 가격 경쟁력이 있는 제품 위주로 수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셀트리온 등 바이오시밀러에 집중하고 있는 기업들은 바이오시밀러 해외 영향력 확대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단기적·장기적 전략 마련에 분주…"관세 철회는 아직 아냐"
이번 관세 보류로 수출 전략도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미국 시장을 겨냥한 수출 확대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셀트리온의 경우 확보해둔 재고 물량을 미국에 선제적으로 이전하면서 조치에 나섰다. SK바이오팜도 현지 위탁생산(CMO) 물량을 늘리고 있으며 리스크 관리 전략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비해 추진하던 미국 내 생산시설 설립, 현지 CMO와의 협력, 원료의약품 수입 다변화 등 공급망 다변화 전략은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에 따른 정책 변화가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가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는 현지화 전략과 공급망 재편 준비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졌다.
업계에서는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체계 구축도 필요성도 커졌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정부는 품목별 세제 혜택, 원료의약품 수입 다변화, 재고 확보 등의 지원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이 급변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에 공동 대응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6일 보건복지부는 “정부는 미국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른 수입 의약품 안보영향 조사에 대한 정부의견서를 미국 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히면서 국내 의약품에 관세조치가 불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 리스크 관리와 함께 미국 외 대체 시장 개척, 고부가가치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현지화 전략 등 중장기적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면서도 "아직까지 관세 부과를 철회한다는 입장은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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