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지난달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이 6조원 넘게 늘며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추가 금리인하와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맞물린 데다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가산자산에 투자하는 '빚투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음 달 가계부채 규제 강화 시행을 앞두고 '막차수요'를 자극해 대출 증가세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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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이 6조원 넘게 늘며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사진=김상문 기자 |
2일 금융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말보다 6조원 가까이 늘었다. 이는 지난해 10월(6조5000억원)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1월까지 감소했으나 2월(4조2000억원)부터 증가세로 돌아서며, 3월(4000억원), 4월(5조3000억원) 등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2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47조2956억원으로 전월 말(743조848억원)보다 4조2108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이 592조5827억원으로 3조1527억원 늘었고, 신용대출도 102조4931억원으로 1조815억원 늘었다. 신용대출은 2021년 7월(1조8637억원)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다. 미국의 관세정책의 여파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신용대출을 내 주식과 가상자산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음 달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을 앞두고 대출 한도가 크게 줄기 전에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수요와 추가 금리인하 등도 가계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금융회사의 대출 금리에 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 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미래 금리 변동성 리스크를 반영한 스트레스 금리가 붙으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DSR 3단계 규제가 시행되면 은행권과 2금융권의 주담대와 신용대출, 기타대출 금리에 스트레스 금리 1.5%가 적용된다. 지방 주담대에 대해서는 올해 12월까지 2단계 스트레스 금리인 0.75%가 유지된다. 금융당국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3단계 적용 시 1억원 차주가 5년 혼합형 금리로 대출을 받을 경우, 대출한도는 규제 전 대비 약 3300만원 줄어든다.
최근 은행권 주담대 금리는 3%대까지 내려왔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로 대출금리도 시차를 두고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인하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 완화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과 집값 상승을 우려하며, 추후 데이터를 보면서 추가 인하 속도와 폭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유동성 공급이 기업 투자나 실질 경기 회복보다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금통위원들은 서울 지역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서 금리를 결정해야 한다는 데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번에 금리를 0.5%p 낮추는 '빅컷'을 단행하지 않은 데 대해선 "기준금리를 너무 빨리 낮추면 주택가격이 오르는 등 코로나19때 했던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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