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2027년까지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와 LFP 라인 도입 논의
가격경쟁력 잃은 중국산 ESS…대체제로 국내 기업 주목
[미디어펜=박재훈 기자]미국 전기차 시장이 캐즘과 관세 돌파를 위해 LFP(리튬,인산,철)배터리를 확대하면서 판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GM(제너럴모터스)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와 손잡고 미국 현지에 LFP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하기로 하며 K-배터리 기업들은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대중 고율 관세 정책이 맞물리며 한국 배터리 산업의 전략적 입지 강화가 주목받고 있다.

   
▲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합작사인 얼티엄셀즈 오하이오공장 전경./사진=얼티엄셀즈


2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GM은 오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인디애나주 삼성SDI 합작공장에 북미 최초의 전기차용 LFP 배터리 생산라인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에는 삼원계 배터리만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GM이 “차량 가격을 낮춰야 한다”며 LFP 배터리 도입을 적극 요청한 결과로 풀이된다. 

또한 이미 완공된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JV(합작공장)도 일부 라인을 LFP로 전환할 것이 유력하게 예상된다. GM은 LFP 배터리를 활용해 3만 달러 미만의 신형 전기차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향후 GM은 프리미엄 모델에는 삼원계, 대중형 모델에는 LFP를 적용하는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변화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중국산 배터리·소재 배제’ 정책과 IRA(인플레이션 방지법)에 따른 보조금 요건이 꼽힌다. GM은 “중국산 소재와 부품은 가능한 최소화해달라”고 국내 배터리사에 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배터리 공장 21곳 중 전기차용 LFP 생산시설은 전무했던 가운데 이번 합작공장 LFP 라인 구축은 북미 배터리 공급망의 지형을 바꿀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앞서 국내 배터리 3사는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와 글로벌 경쟁 격화에 대응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미국 현지에서 처음으로 전기차용 LFP 생산설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더욱 속도를 낼 것을 예고한 셈이다. 

이번 변화에서 가장 대두되는 점은 기존 삼원계 배터리 라인 일부를 LFP로 전환하거나 신규 라인을 LFP 전용으로 설치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손잡고 망간 비중을 높여 가격을 낮춘 LMR (리튬, 망간, 리치) 배터리도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또한 LFP에 더 적합한 각형 폼팩터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삼성SDI의 경우 인디애나 합작공장의 기존 삼원계 라인을 시장상황에 따라 일부 LFP로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내 시장 상황이 LFP 수요를 확대하는 가운데 검토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SK온도 미국 내 ESS(에너지저장장치)용 LFP 생산을 검토하며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주된 이유 중 최근 산업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관세도 큰 몫을 차지한다. 최근 미국은 중국산 배터리와 부품에 최대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ESS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던 중국산 LFP 배터리는 가격경쟁력을 잃고 미국 기업들은 현지 생산 및 공급망 다변화에 나섰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 확대를 통해 관세 부담을 줄이고 중국산 대체재로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직원이 배터리 생산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사진=LG에너지솔루션

지난 1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 ESS용 LFP배터리 대규모 양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생산 제품은 롱셀 기반 ESS 전용 파우치형 LFP 배터리로 에너지 효율과 안전성이 우수하며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해당 제품은 이미 테라젠, 델타 등 주요 고객사에 공급이 확정된 바 있다 

GM 등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산 소재 배제를 전제로 LFP 생산을 요구하면서 국내 소재 기업들의 미국 진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다만 미국 정부가 한국·일본산 배터리에도 25% 관세를 예고한 만큼 원재료 수입 의존도와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 등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국 내 생산 확대는 IRA 등 현지 조달 요건 충족에도 유리하다. 업계는 중국 배터리의 시장 지배력 약화와 맞물려 K-배터리의 글로벌 주도권 회복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와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 배제를 전제로 한 LFP 생산을 요구하고 있어 국내 배터리 및 소재사들의 미국 내 공급망 구축 속도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GM의 결정에 따라 테슬라, 포드, 스텔란티스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LFP 전환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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