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인공지능(AI) 열풍에 따라 냉난방공조(HVAC) 시장의 중심축이 상업용 중앙공조로 옮겨가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관련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사는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중앙공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조직 개편과 인수합병, 제품 라인업 강화 등 전방위 전략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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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중동 냉난방공조(HVAC) 시장 공략 강화를 위해 지난달 8~10일 중국 소주와 상해에서 '2025 삼성 중동 에어솔루션 데이'를 개최했다./사진=삼성전자 제 |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기존까지 가정과 상업용 시스템에어컨 시장 중심의 개별공조(덕트리스)에 주력해왔지만 최근 행보는 달라졌다. 지난달 독일 공조 회사인 플랙트 인수를 통해 중앙공조 사업을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플랙트는 대형 빌딩, 병원, 반도체·제약 공장 등에 들어가는 중앙공조 설비를 주력으로 하고 있으며,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업체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글로벌 산업용 HVAC 시장에 본격 진입, 데이터센터·스마트팩토리 등 고부가 분야 중심으로 영역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올해 초 ES(에너지솔루션) 사업본부를 신설하고 HVAC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칠러 제품을 앞세워 상업용 B2B 시장인 AI센터와 산업시설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주력 중이다. 대표적으로 LG전자는 지난달 LG유플러스의 초대형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평촌2센터'에 액체 냉각 설루션인 냉각수 분배 장치(CDU)를 공급했다.
액체 냉각 솔루션은 고발열 부품인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에 냉각판(콜드 플레이트)을 부착하고 냉각수를 흘려 보내 직접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이는 공랭 방식 대비 전력 사용량을 최대 30% 절감할 수 있어 에너지 효율을 높여준다.
이처럼 LG전자는 10년 이상 국내외 데이터센터에 냉각 설루션을 공급하는 한편 칠러 및 통합관리 역량에 중점을 두고 산업용 HVAC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특히 회사는 수랭식 칠러 위주의 사업을 시작으로 AI 데이터센터로의 변화 흐름에 맞춰 발 빠르게 공랭식 프리쿨링 칠러를 추가 개발하는 등 칠러 라인업 다변화를 추진하면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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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터센터 내 칩의 열을 직접 냉각시키는 액체냉각 설루션인 LG전자의 CDU./사진=LG전자 제공 |
B2B 중심 중앙공조 시장의 수익성과 시장 성장성은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AI와 클라우드 등 관련 산업이 다방면에서 확산하면서 고발열을 유발시키는 산업군이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핵심 미래 산업으로 꼽히는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공장 등에서도 정밀한 온도 제어를 필요로 한다.
이에 따른 중앙집중식 냉방·환기·공기질 관리 시스템의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최근 에너지 효율이 높아 각광 받고 있는 빌딩 공조 원격 제어와 결합된 스마트 HVAC 설루션도 중앙공조에 해당한다.
시장도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HVAC 시장은 2025년 2666억 달러에서 2030년 3826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중앙공조 부문은 연평균 8% 이상 성장해 2030년까지 140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팩토리 등 고도화된 인프라 수요 증가가 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LG전자나 삼성전자가 중앙공조에 공 들이는 것은 이 같은 구조적 변화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HVAC는 에너지 효율과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업 고객의 수요가 급증하는 분야"라며 "삼성·LG전자 모두 B2B 공조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판단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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