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금·성과급 '역대급' 수준 요구
기아, 현대차와 유사한 수준 요구 전망
[미디어펜=김연지 기자]국내 완성차 업계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앞두고 역대급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발 관세 여파로 대외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가 역대 최대 규모의 임금 인상과 성과급을 요구하며 사측과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최근 올해 요구안을 확정했다. 현대차 노사는 이달 중순께 상견례를 열고 본격 교섭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요구 강도가 예년보다 한층 거세진 반면 회사 측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관세 부담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노사 간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 현대차그룹 양재 사옥./사진=현대차그룹 제공


◆ 현대차 노조, 순이익 30% 성과급·정년 최장 64세 요구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28∼29일 울산 북구 현대차문화회관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했다. 요구안은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전년도 순이익의 30%에 해당하는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지급 등을 담았다.

이는 지난해 11만2000원 인상, 상여 750%보다 크게 상향된 수치다. 노조가 현대차의 지난해 당기순이익(13조2299억 원)을 근거로 4조 원 규모의 성과급 지급을 주장하면서 회사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노조는 이 밖에도 통상임금에 각종 수당 포함, 직군·직무별 수당 인상 및 신설, 신규 인력 충원, 퇴직자 지원센터 건립,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국민연금 수령 시기(최장 64세)로 연장하는 안까지 요구안에 담았다.

한편, 기아 노조는 아직 공식 요구안을 내지 않았지만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근거로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의 임금 인상과 성과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 한국GM 매각 추진에 내홍…노조 "매각 계획 변동 없인 협의 불가"

한국GM은 9개 직영 서비스센터와 부평공장 유휴 부지 매각을 추진하며 노조와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해당 서비스센터에는 수백 명의 노조 조합원이 근무 중이어서 매각 추진은 곧바로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조는 이에 대해 “7000여 명의 조합원에 대한 선전포고이자 도발”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규백 한국GM 노조위원장도 최근 임금협상 1차 교섭에서 "기존 발표한 두 건의 매각 계획에 변동이 없다면 어떠한 협의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GM 노조는 올해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당기순이익의 15% 성과급, 통상임금의 500% 격려금 등을 요구했으며, 이는 1인당 최대 6300만 원이 넘는 일시금이다.

회사 측은 노조의 강경한 태도가 지속될 경우 생산 차질은 물론, 향후 국내 사업 철수설까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발 관세 리스크와 글로벌 수요 감소로 대외 환경이 악화되면서 한국GM의 수출 실적이 이미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임단협이 단순한 임금협상을 넘어 구조조정과 고용 안정 문제로까지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 "대외 리스크 더 커져…노사, 상생 타협점 찾아야"

현대차는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여왔다. 기아도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어오며 생산 안정과 수출 경쟁력 확보에 기여했다. 전기차 전환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산업구조 변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무분규 전통은 완성차 업계의 생산 일정 안정과 품질 경쟁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완성차업계는 미국발 관세 리스크와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이미 수출 실적이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사가 직면한 대외 리스크가 더 커진 만큼 노사 모두가 과도한 요구와 강경한 태도보다는 상생의 타협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율 관세, 수출 부진이 겹친 상황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국내 완성차 산업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노사가 상생의 타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사가 끝까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간다면 파업까지 이어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와 협력사로 전달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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