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재명 신임 대통령이 4일부터 집권에 나서면서 대통령 후보 시절 내놓은 금융시장 관련 공약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한민국 진짜성장'을 기치로 5대 전략 중 하나인 '공정과 상생의 시장질서 구축'을 내세운 이 대통령은 '서민·취약계층 보호'에 집중할 것임을 시사했다. 아울러 부산지역에 새 투자은행 설립을 주장한 점도 눈길을 끈다.
4일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정책공약집 및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진짜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공정과 상생의 시장질서 구축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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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대선특설무대에서 이재명 당선인이 배우자 김혜경씨와 함께 국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이에 가장 먼저 거론되는 공약으로는 현행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으로 분할된 '수직적 이원적' 금융감독 체제를 '쌍봉형(기능적 금융감독기구) 금융감독체계'로 개편하는 내용이다. 금융정책 기능을 기재부로 이관하고, 금융위의 감독기능은 금감원과 통합하는 게 주 골자다. 민주당 내에서도 기재부에서 예산기능을 분리해 대통령실이나 국무총리실 직속으로 분리하고, 금융위의 국내금융 정책기능을 기재부에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또 현 금감원은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나눠 금융소비자 보호에 주력한다.
특히 금융소비자보호원 기능 강화는 이 대통령의 공약집에도 기재돼 있다. 공약집에는 '금융제도 선진화를 통한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내걸어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기능과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시사했다. 소비자보호기구에 감독범위를 확대하고 검사기능을 더욱 부여하는 게 주 골자다. 또 민간 전문가 중심의 '금융소비자보호 평가위원회'를 신설해 금융당국을 평가하고, 소액분쟁조정에 한해 금융회사가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을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하는 편면적 구속력 제도 도입도 검토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유세 일정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기재부의) 예산 기능은 분리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의 경우 국내 금융정책은 금융위가, 해외금융은 기재부가 하는데 금융위는 감독 업무도 하고 정책 업무도 하고 뒤섞여 있어 분리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 조직 개편은)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며 "급하게 하긴 어려울 것 같지만 최대한 신속하게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거듭되는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금융권 제재도 한층 강화한다. 우선 금융사고를 낸 금융회사 대주주에게 지분 매각 명령권을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금융보안 확보의무 위반 등으로 금융보안사고가 발생했을 시에는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또 재무제표 상 중대한 오류 등이 발견되면 일정기간 금융기관 경영진의 보수를 환수하는 '보수환수제'도 도입될 예정이다. 아울러 금융사고 발생 시 금융회사 임원의 책임까지 물을 수 있도록 책무구조도도 더욱 엄격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은행권 핵심성과지표(KPI) 설계 시 평가항목의 과도한 세분화 및 수익성 편중 문제도 해결할 예정이다. 은행별로 편중된 KPI 배점표를 손질해 홍콩ELS 사태와 같은 단기실적주의 금융사고를 근본적으로 막겠다는 구상이다. 또 금융소비자 특성에 따른 고위험·고난도 투자상품 판매한도를 차등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소상공인을 타깃해 대대적 빚탕감을 제시한 점도 주목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코로나19 정책자금 대출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채무 조정과 빚 탕감을 공약한 바 있다. 2020년 코로나 펜데믹부터 2024년 비상계엄까지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한다. 아울러 저금리 대환대출, 이차보전 사업 지원, 맞춤형 장기분할 상환 프로그램 등도 도입한다.
금융권에 '중소기업 상생금융지수'를 도입하는 점도 눈여겨볼만 하다. 포용·성장·혁신금융 등 중소기업 상생금융지수를 동비해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 및 연체율 감소 등 은행권과 상생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게 새 정부의 생각이다. 그동안 은행권은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기업대출에 인색했는데, 중소기업 및 영세 소상공인에게 자금을 대거 공급하는 식으로 태세를 전환할 지 주목된다.
정책서민금융의 안정적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금융사 출연금 등을 활용, 가칭 서민금융안정기금을 신설할 계획이다. 취약계층을 위한 중금리대출 전문은행을 설립하고, 장기연체채권을 소각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배드뱅크'를 설립한다.
보험분야에서는 본인부담상한제 '우선지급-사후정산' 시스템으로 가입자 부담을 줄일 예정이다.
세대별 공약도 눈길을 끄는데, 금융정책에서는 청년층과 직장인을 타깃했다.
우선 '청년층' 공약으로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시즌2(가칭 청년미래적금) 도입 △청년 맞춤형 재무상담 프로그램 도입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추진, 안전한 가상자산 투자환경 조성, 거래 수수료 인하 유도 등을 내걸었다.
청년미래적금은 일정소득 이하 청년층이 설정기간(1~3년) 동안 일정 한도 내에서 적금을 납입할 경우 만기시점에 정부가 일정비율(예시 25%) 금액을 매칭형태로 지원하는 현 청년희망적금과 유사한 상품이다. 특히 중소기업 장기근속 청년에게는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재무상담은 기초재무진단 및 전문가 상담 등으로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금융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서민금융통합센터와 은행권 지점이 재무상담을 돕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직장인' 대상으로는 생활비 부담 완화의 일환으로 △자녀수에 따라 신용카드 소득공제율·공제한도 상향 및 자녀세액공제 추가 확대 추진 △가산금리 부담 완화를 위한 은행법 개정 △금융회사 교육세 부담구조 개편을 통한 이자부담 완화 △정책모기지 및 정책금융기관의 중도상환수수료 단계적 면제 등을 공약했다.
이 외에도 혁신금융서비스 확산을 위해 개방형 금융시스템을 뜻하는 '오픈파이낸스' 활성화 방안도 마련한다.
한편 지난 정부에서 무리하게 추진한 국책은행 지방 이전 대신 동남투자은행 설립을 내걸은 점도 관전 포인트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양수도 부산에 동남투자은행 설립을 추진하겠다"며 "이를 통해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또 "갈등만 키우고 진전 없이 반복된 산업은행 이전 논란을 넘어 해양산업금융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청년 일자리 확대까지 실현하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해당 발언 이후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다음날 '동남권산업투자공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에 산업은행의 부산이전 논란은 잠잠해질 전망이다. 지난 윤석열 정부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산은 노사 간 갈등을 부추겼다. 하지만 새 은행 설립이 현실화되면 지방이전 부담을 한층 덜어낼 전망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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