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사회적 책임' 압박 커질 듯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은행권의 '상생금융' 부담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금융의 공공성과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약속하며, '가산금리 손실' '코로나 대출 종합대책' 등 가계와 소상공인의 부담을 완화하는 공약을 대거 발표했다.

최근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은행의 예금금리를 빠르게 내려가고 있는 반면 대출금리 하락 폭은 상대적으로 그에 미치지 못해 은행의 '이자장사'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새 정부의 은행권을 향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상생금융 압박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대선특설무대에서 이재명 당선인과 김혜경씨가 김동명·박찬대·정은경·김경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4일 민주당의 정책공약집에 따르면 새 정부의 경제분야 정책은 가계와 소상공인의 채무부담 완화를 골자로 한다. 특히 소상공인의 금융부담을 대폭 완화하겠다는 취지에서 내건 코로나 대출 종합대책 마련은 채무조정부터 탕감까지 코로나 대출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이 추진하려는 코로나 대출 종합대책은 단순한 소상공인의 만기연장이나 상환 유예를 넘어서 정부 재정을 투입해 일정 부분을 탕감하려는 방안이다. 또 부실채권을 매입해 소각하는 '배드뱅크' 설립 방안 역시 정부가 대신 갚아 부채 부담을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은행권의 '사회적 책임'을 명분으로 한 부담을 떠넘길 우려가 크다.

이 대통령은 본격적인 대선정국에 앞서 지난 1월 6대 은행장들을 불러모아 은행권의 상생금융 강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 회동은 민주당 측이 은행권에 먼저 요청해 성사된 것으로, 금융권에선 당시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이 대표가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을 낳았다.

특히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은행장과 상생금융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은행권에 압력을 행사한 것이란 해석까지 나왔었다. 은행권에선 지난해 대출이자 환급 등 2조10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금에 나섰다. 또 12월에는 금융뿐 비금융을 포함한 차주별 상황에 맞는 맞춤형 소상공인 지원책을 발표했다.

대출 원리금 상환부담을 대폭 줄이겠다는 공약도 은행권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가산금리 산정 시 각종 출연금 등의 법적 비용이 금융소비자에게 부당 전가되지 않도록 은행법을 개정해 원리금 상화부담을 경감하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지난해부터 은행들의 초과 이익을 환수하는 내용을 담은 '횡재세' 도입과 은행의 영업 비밀인 대출 목표 이익률 등을 공개하는 '가산금리 기준 공개 법안' 등을 강하게 추진하며 은행을 압박해 왔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채무탕감 빚부담 완화를 위한 재원에 정부 재정이 투입될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명분으로 한 재원조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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