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이라크를 꺾고 2026 월드컵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국 축구가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FIFA랭킹 23위)은 6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이라크 바스라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이라크(랭킹 59위)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9차전 원정 경기에서 2-0으로 이겼다. 후반 18분 김진규(전북현대), 후반 37분 오현규(헹크)가 골을 터뜨려 한국의 승리를 합작했다.

   
▲ 한국이 이라크를 2-0으로 꺾고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사진=아시아축구연맹(AFC) 공식 SNS


이 경기 승리로 한국은 5승 4무, 승점 19점이 돼 B조 1위를 지켰다. 한국의 뒤를 이어 요르단(16점), 이라크(12점), 오만(10점), 팔레스타인(9점), 쿠웨이트(5점)가 2~6위에 자리했다.

한국은 오는 10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쿠웨이트와 최종 10차전만 남겨두고 있다. 이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조 1~2위에게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이날 오만을 3-0으로 누른 요르단도 한국과 동반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은 11회 연속(1986, 1990, 1994, 1998, 2002, 2006, 2010, 2014, 2018, 2022, 2026) 월드컵 본선 진출 위업을 이뤘다. 처음 월드컵 본선에 참가했던 1954년 대회까지 포함해 통산 12번째 본선 진출이다.

이라크는 한 명이 퇴장 당하는 불리한 상황에 몰려 한국을 이길 수가 없었다. 승점을 얻지 못하고 본선 직행이 좌절된 이라크는 조 3~4위가 나서는 4차 예선을 통해 월드컵 진출에 도전해야 한다.

한국대표팀은 에이스 손흥민 없이 이라크전을 치렀다. 손흥민은 발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이날 출전 명단에서 아예 빠졌다.

   
▲ 부상으로 결장한 손흥민 대신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한 이재성. /사진=대한축구협회


홍명보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선택했다. 오세훈(마치다젤비아)이 최전방에 배치됐으며, 양 측면에는 황희찬(울버햄튼)과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나섰다. 이재성(마인츠)이 손흥민 대신 주장 완장을 찬 채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격했고, 황인범(페예노르트)과 박용우(알아인)가 3선에서 그 뒤를 받쳤다. 수비진은 이태석(포항스틸러스)-권경원(코르파칸)-조유민(샤르자)-설영우(즈베즈다)로 구축됐으며, 골문은 조현우(울산HD)가 지켰다.

30도가 넘는 기온으로 한국 선수들은 경기 초반 현지 적응에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한국에 상대 선수 퇴장이라는 뜻밖의 호재가 생겼다. 

승리가 절실했던 이라크가 초반부터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치던 중 과격한 반칙이 나왔다. 전반 24분 조유민이 헤더로 공을 걷어내려던 순간 이라크의 알리 알주바이디가 조유민의 머리 쪽으로 발을 높게 들었다. 주심이 처음에는 경고를 선언했으나, 비디오 판독(VAR)을 거쳐 퇴장으로 번복됐다.

한국은 수적 우위를 점하면서 공세를 끌어올렸다. 이후 여러 차례 찬스를 잡았지만 전반에는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전반 31분 황인범이 코너킥을 짧게 처리해 이재성과 패스를 주고받은 후 올린 크로스가 반대편 황희찬에게 연결됐다. 황희찬이 완벽한 찬스에서 쏜 슛이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두 차례 골대 불운도 겪었다. 전반 36분 프리킥에서 이강인이 문전으로 보낸 볼을 이재성이 헤더로 마무리했으나 크로스바를 때렸다. 전반 막판에는 이강인이 왼발로 감아찬 절묘한 중거리슛이 또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0-0으로 후반을 맞자 홍명보 감독은 박용우 대신 김진규를 투입했다. 후반 15분에는 오세훈 대신 오현규, 황희찬 대신 문선민(FC서울)까지 들어갔다. 

   
▲ 김진규가 선제골을 터뜨린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교체 카드가 제대로 들어맞았다. 후반 18분 문선민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가 오른쪽 측면에 있던 설영우에게 연결됐다. 설영우가 뒤에 있던 이강인에게 볼을 내주자 이강인은 지체없이 좋은 위치에 있던 김진규에게 패스했다. 김진규가 침착하게 골대 가까운 쪽을 향해 슛을 때려 선제골을 터뜨렸다.

김진규는 어시스트도 할 뻔했다. 후반 23분 오른쪽으로 침투해 들어간 뒤 황인범에게 정확한 컷백을 내줬는데, 황인범의 슈팅이 골대를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후반 29분에는 K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는 전진우(전북현대)가 이재성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으며 A매치 데뷔전에 나섰다. 이번에도 선수 교체가 적중했다. 새로 투입된 전진우가 추가골을 도왔다. 

후반 37분 황인범이 중원에서 눈부신 턴 동작으로 상대 수비벽을 허문 후 전진우에게 침투 패스를 찔러줬다. 전진우는 오른쪽 측면에서 문전으로 낮게 크로스를 보냈고, 오현규가 쇄도하며 발을 갖다대 쐐기골을 뽑아냈다.

2골 차로 달아난 한국은 이 스코어를 유지한 채 경기를 마무리하고 월드컵 본선행 확정 기쁨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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