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자생 세미맹그로브 숲 조성, 단계별 추진
“자생식물 ‘황근, 갯대추’, 새로운 블루카본 될 것”
5개년 계획, 해안식물 식재로 연 300톤 탄소흡수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탄소중립 선도도시’ 제주에 걸맞게 탄소중립을 위한 실천의 방법과 역할들도 전방위 적이다. 

지자체가 주도로 하는 인프라 구축과 시설 확대뿐 아니라 민간단체와 주민들도 나서 마을의 생태 환경을 살피고 복원하고 조성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글로벌 이슈로 떠오른 과제인 탄소중립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노력이 엿보인다.

   
▲ 탄소흡수 대표식물인 제주의 자생식물인 황근./사진=제주도


제주도의 새로운 탄소중립 프로젝트는 ‘제주 자생 세미맹그로브(Semi-mangrove) 숲 조성’으로 제주 성산 일원 등 10개 해안지역을 대상으로 자생식물인 ‘황근’과 ‘갯대추나무’ 등 해안식물을 식재해 탄소흡수량을 최대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2029년까지 5년간 총 45억 원을 투입해 황근 등 제주 자생 세미맹그로브 숲 140ha를 조성, 연간 약 300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또한 국내 최초 시도로, 제주는 탄소중립에 관해서는 ‘처음으로 가는 길’을 주저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처럼 세미맹그로브를 활용한 대규모 탄소흡수 숲 조성에 나선 데는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시점에서 우리나라 최남단의 제주로서는 기후변화를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중 한곳인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의 오조리 마을을 찾았다.

“오늘 이곳까지 오시느라 폭삭 속았수다 게.(‘수고하셨다’는 제주어)” 최근 제주 사투리를 내세운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면서 심심치 않게 듣는 말로 인사를 건낸 이는 오조리 주민이자 이장 역할을 맡고 있는 고기봉 씨로 마을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묻어났다.

맹그로브는 일반 산림보다 3~5배 높은 탄소 저장능력을 가진 열대·아열대 지역 해안 식물을 말하는데, 제주에는 맹그로브와 유사한 특성을 지닌 ‘세미맹그로브’로 황근과 갯대추나무가 자생하고 있고 기후변화로 이들의 서식 가능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 제주도 성산읍 오조리 해안가에 자생하는 황근./사진=제주도


블루카본(blue carbon)은 해안가의 해양 생태계, 맹그로브 숲, 염생습지, 해초류에 의해 흡수되는 탄소를 뜻하며, 탄소 흡수속도가 육상 생태계보다 최대 50배 이상 빠르고 탄소를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어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현재 크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성산읍은 국내 최대 황근 자생지이며, 오조리는 가장 제주스러움을 간직한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로, 제주올레 2코스의 중심답게 느리게 걸으며 마음을 비우기에 적합한 힐링 스폿으로의 면모도 지니고 있었다.  

제주 자생 세미맹그로브 숲의 시작은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에서 2022년부터 ‘도서 해안 지역 탄소흡수원 확충을 위한 맹그로브 적응성 검증 및 조성 기반 구축 연구’를 수행하면서 비롯됐다.

지난해 5월에는 국제 맹그로브연합(MAC)에 가입하며 국제적 연구 협력 체계도 구축하는 등 과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한 세미맹그로브 연구 추진협의체가 구성·운영되면서 본격화됐다.

제주도는 이 같은 추진을 위해 자생 맹그로브 식재 전략과 활용 방안을 논의하는 전문가 토론회도 열고 지난 식목일에는 대규모 나무심기 행사로 2035그루의 황근을 심기도 했다고 한다. 제주가 표방한 ‘제주 2035 탄소중립’ 목표를 상징하는 의미를 담았다.

   
▲ 제주 동쪽 끝, 가장 제주스러움을 간직한 오조리 마을./사진=미디어펜


탄소흡수 대표식물인 제주의 황근은 국립공원공단 생물종정보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한국과 일본에 분포하며 국내에는 전남과 제주도 해안가에 제한적으로 분포한다고 하며, 국명은 한국의 무궁화 종류 중 유일한 자생식물이며 노란무궁화라는 의미로 황근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제주는 정부 목표보다 15년 앞당긴 2035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설정하고 ‘미래탄소흡수원 가치 발굴’이라는 적극적인 실천 계획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중이다. 

“제주의 자연 자원을 활용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혁신적인 탄소 흡수원 확충 정책”이라는 세미맹그로브 숲이 조만간 탄생하기를 기대하며 응원 한마디를 보태본다. “잘 맹글어 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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