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DF' 퇴직연금 주력 상품 등극…'증권사 IRP' 수익률 최고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직장인의 노후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기업이 금융기관에 퇴직금 명목으로 매월 적립하는 '퇴직연금' 규모가 43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확정기여형(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투자가 최근 확대되는 가운데, 직장인들은 자금을 단순 묵혀두기보다 투자형 상품에 눈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공격적으로 투자형 상품에 자금을 배치하는 모습이다.

9일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4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431조 7000억원으로 1년 전 대비 약 12.9%(49조 3000억원) 성장했다. 3년 연속 13% 수준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인데, 400조원 돌파는 퇴직연금 제도 도입 이후 최초다. 

   
▲ 직장인의 노후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기업이 금융기관에 퇴직금 명목으로 매월 적립하는 '퇴직연금' 규모가 43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확정기여형(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투자가 최근 확대되는 가운데, 직장인들은 자금을 단순 묵혀두기보다 투자형 상품에 눈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공격적으로 투자형 상품에 자금을 배치하는 모습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특히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한 금액이 75조 2000억원을 기록해 2023년 대비 약 53.3% 폭증하는 등 원금보장이 되는 '저축'에서 '투자'로 패러다임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 퇴직연금 적립금 중 실적배당형 비중은 2022년 11.3%에서 2023년 12.8%로, 지난해에는 17.5%까지 불어났다. 실적배당형 상품의 지난해 연간수익률은 4.77%로 최근 2년간 물가수익률이나 정기예금 금리를 훨씬 상회했다. 

제도유형별로 보면 확정급여형(DB형) 214조 6000억원, 확정기여형·기업형IRP(DC형) 118조 4000억원, 개인형IRP(IRP) 98조 70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DB형 비중이 압도적이지만, DC와 IRP 비중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DC형은 2023년 26.5%에서 지난해 27.4%로, 같은 기간 IRP는 19.8%에서 22.9%로 각각 성장했다.

   
▲ 퇴직연금 운용현황/자료=금융감독원 제공


운용방법별로는 원리금보장형(대기성자금 포함)이 356조 5000억원(82.6%), 실적배당형이 75조 2000억원(17.4%)으로 여전히 원리금 보장형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다만 DC와 IRP를 중심으로 '실적배당형' 운용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실적배당형 운용비중은 DB형이 6.8%에 그친 반면, DC형은 23.3%, IRP는 33.5%에 달했다. 실적배당형 상품 중 펀드는 타겟데이트펀드(TDF) 비중이 가장 높았다. TDF는 은퇴(목표)시점에 맞춰 펀드를 구성하고 투자자산 비중을 조절하며 운용하는 펀드다. 또 투자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ETF의 경우 국내시장보다 주로 미국 주식시장의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에 집중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퇴직연금 연간수익률은 4.77%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5년 및 10년간 연환산 수익률 2.86%, 2.31% 대비 약 2%p 이상 높은 수준이다. 수익률은 원리금보장형 3.67%, 실적배당형 9.96%로 나타났으며, 제도별 수익률은 DB형 4.04%, DC형 5.18%, IRP 5.86% 등이었다. 운용주체가 '회사'가 아닌 '개인'이면서, 실적배당형 비중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시현했다. 

그중에서도 실적배당형 상품인 TDF와 ETF의 수익률은 압도적으로 높았다. 실제 TDF 상품 중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은 연 18.11%에 달했다. ETF의 경우 미국상품이 상위권을 모두 휩쓸었는데, 대표적으로 모 금융사의 '미국S&P500'은 연 수익률 41.64%를 기록했다. 

연금수령의 경우 퇴직연금 수령을 개시(만 55세 이상)한 계좌 57만 3000좌 중 수령방법을 '일시금' 대신 '장기간 연금수령'을 선택한 비율이 13.0%(7만 4000좌)로 1년 전보다 약 2.6%p 상승했다. 금액 기준으로도 총 수령액 19조 2000억원 중 약 57.0%에 달하는 10조 9000억원이 '연금수령'을 택했다. 계좌당 연금 수령액은 1억 4694만원, 계좌당 일시금 수령액은 1654만원으로, 적립금이 적을수록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형태를 보였다.

그렇다면 가입자별 퇴직연금 수익률은 어떨까? 금감원과 고용노동부가 가입자별 수익률 분포를 살펴본 결과, 통계상 전체 가입자의 수익률 중간값은 3.2%로 평균값인 4.77%보다 낮았다. 대부분의 가입자는 약 2~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원리금보장형 비중이 높은 DB 가입자의 85.3%, DC와 IRP 가입자의 67.2% 53.7%가 각각 이 구간에 해당한다. 

반면 수익률 1위는 IRP 가입자로 33.2%의 수익률을 시현했다. 수익률 상위 10%는 어떨까.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권역별 주요회사의 수익률 기준 상위 10% 가입자의 자산구성을 살펴보면, 권역 평균 대비 실적배당형의 비중이 3배 이상 높았다. 특히 은행과 증권사의 IRP 상위 가입자의 경우 각각 84% 92% 등 대부분의 적립금을 실적배당형으로 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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