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판매 급증…내수 시장 버팀목 역할
국산차 점유율 방어 어려움…경쟁력 확보 시급
[미디어펜=김연지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국내 자동차 수출과 생산이 부진을 겪으면서 내수 시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수입차가 내수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산차 경쟁력 확보와 함께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9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5월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올해 1∼5월 자동차 수출은 116만8338대로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했으며, 생산도 1.9% 줄어든 175만7871대를 기록했다.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과 글로벌 수요 둔화가 맞물리며 수출 부진이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달 대미 자동차 수출은 18억4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2.0% 급감했고, 자동차 부품 수출도 4억3000만 달러로 8.3% 줄어드는 등 대미 수출 전반이 위축된 모습이다.

   
▲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


◆ 내수 시장서 수입차 존재감 두드러져

지난 1∼5월 내수 판매량은 68만786대로 지난해 동기(66만651대)보다 3.0% 증가했다. 월별로는 1월 이후 판매량이 꾸준히 늘었다. 2월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4.8% 증가한 것을 시작으로, 3월 2.4%, 4월 6.7%, 5월 0.4%씩 늘며 회복세를 이어갔다. 내수 시장이 자동차 산업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수입차가 내수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며 판매 증가세를 주도했다. 1∼5월 수입차 판매량은 11만7735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4% 증가했다. 5월에는 2만9665대가 팔리며 내수 시장 점유율이 20.9%까지 확대됐다.

고급차 수요와 친환경차 트렌드 확산에 더해 신모델 출시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선택 폭이 넓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판매량 '톱3'인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1만856대), BMW 5시리즈(9703대), 테슬라 모델Y(9270대) 모두 신차가 도입된 모델들이다.

국산차 판매는 같은 기간 56만3051대로 1.0% 증가에 그쳤다. 수입차의 성장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로, 국산차 점유율 방어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업계는 내수 시장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국산차 점유율 하락이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 내수 대책 시급…개소세·노후차 지원 종료 임박

업계는 수출과 생산이 모두 부진한 가운데 내수 시장마저 수입차에 잠식되면 국내 자동차 산업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수출 감소와 함께 국내 생산도 줄고 있어 자동차 부품 산업 등 연관 산업 전반에 파급력이 크다는 것이다. 내수 시장이 국내 자동차 산업의 생존을 위한 최후의 보루가 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정부의 내수 활성화 정책이 이번 달로 종료될 예정이라는 점도 변수다. 현재 시행 중인 개별소비세 탄력세율(5%→3.5%)과 노후차 교체 개소세 70% 감면이 이달 말까지 적용되는데, 연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수 시장의 반등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자동차 업계는 정책 연장과 함께 국산차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수입차 강세가 계속되면 국산차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더욱 낮아져 산업 생태계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부진으로 국내 자동차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는 만큼 개소세 감면과 노후차 교체 지원 등 내수 활성화 정책의 연장이 시급하다"면서 "국산차 경쟁력 강화와 내수 시장 활성화를 위한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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