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롯데 자이언츠 투수 나균안이 드디어 시즌 첫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 선발승이 아닌 구원승이어서 화제가 됐다.

롯데는 11일 열린 KT 위즈와 수원 원정경기에서 4-3으로 역전승했다. 1-3으로 뒤지던 8회초 3점을 뽑아내 거둔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롯데가 1사 만루 찬스를 잡자 KT는 마무리투수 박영현을 조기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장두성이 삼진 아웃을 당하기는 했지만 11구까지 끌고가 박영현을 괴롭혔고, 2사 만루가 된 다음 고승민이 흔들린 박영현으로부터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한 점 차로 추격했다. 이어 레이에스가 2타점 중전 적시타를 쳐 뒤집기에 성공했다.

이 경기 승리 후 역전 결승타를 친 레이에스보다 롯데에서 더 주목받은 선수가 나균안이었다. 나균안은 롯데가 1-3으로 끌려가던 6회말 1사 후 선발투수 데이비슨을 구원 등판했다. 이후 7회말까지 안타 1개만 맞고 1.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 11일 KT전에 구원 등판해 승리투수가 된 나균안. 올 시즌 12차례 선발 등판해 못 올렸던 첫 승을 첫 구원 등판에서 거둬들였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그리고 8회초 롯데가 역전에 성공하자 8회말 최준용, 9회말 김원중이 이어던지며 한 점 차 리드를 지켜냈다. 그 결과 나균안이 승리투수가 됐다. 행운이 따른 승리투수였다.

나균안은 롯데의 선발 투수다. 이 경기 이전 올 시즌 12차례 선발로만 나섰다. 불펜투수로 등판한 것은 처음이었다.

12번의 선발 등판에서 나균안은 단 1승도 못 올리고 4패만 기록했다. 선발로 나선 12경기에서 총 60이닝을 던지고도 첫 승을 못 올리고 있었는데, 시즌 처음 구원 등판해 1.2이닝만 던지고 구원승으로 첫 승을 신고한 것이다.

나균안이 12번의 선발 등판에서 1승도 못 거둔 것은 본인의 책임이 크다. 평균자책점도 5.10(60이닝 39실점 34자책점)으로 별로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독히 승운이 따르지 않은 측면도 있었다. 4월 2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나균안은 5⅓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불펜진의 난조로 승리투수를 놓쳤다. 5월 2일 사직 NC 다이노스전에서는 6⅓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최고 피칭을 하고도 마무리 김원중이 역전을 허용하면서 나균안의 승리가 날아갔다.

나균안은 최근 선발 등판 5경기에서 계속 4실점 이상 대량실점을 하며 구위와 자신감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이에 김태형 롯데 감독은 이날 나균안을 시즌 처음 불펜투수로 기용해 분위기도 바꿔보고 자신감을 찾는 계기를 마련해주려 했다. 그랬더니 그렇게도 없던 승운이 첫 구원 등판에서 단번에 찾아왔다. 팀 역전승의 발판을 놓고 첫 승리투수까지 됐다. 아이러니한 일이며 참 알 수 없는 것이 야구다. 

나균안은 이 경기 후 "프로 데뷔 첫 승을 했을 때보다 더 기분이 좋다"며 시즌 첫 승에 대한 기쁨을 드러냈다.

나균안은 불펜투수로 첫 승을 올렸지만 다시 선발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안경 에이스' 박세웅이 최근 거듭된 부진 끝에 10일 KT전 5이닝 8실점으로 최악의 피칭을 한 후 11일 1군 등록 말소됐다. 이로 인해 박세웅이 빠진 선발 로테이션에 대체 선수가 필요해졌다. 

박세웅의 등판 차례였던 15일(일) SSG 랜더스와 인천 원정경기 선발로 나균안이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나균안이 선발로 나설 경우 시즌 첫 '선발승'에 13번째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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